[책의 향기]“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디지털 클론’이 온다
이호재 기자 2023. 7.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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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고 싶었어." 여자가 '다시 살아난' 남편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정말 지금 여자 곁에서 숨 쉬는 남편은 죽기 전 남편과 완전히 같을까.
사람의 정보를 학습시켜 사람과 유사하게 만든 AI인 '디지털 클론'의 세계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독일 다큐멘터리 감독 2명이 디지털 클론의 명암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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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고인의 말투, 습관 등 학습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화 가능
‘디지털 납골당’ 시대 곧 올지도
◇두 번째 인류/한스 블록, 모리츠 리제비크 지음·강민경 옮김/400쪽·2만4000원·흐름출판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대화 가능
‘디지털 납골당’ 시대 곧 올지도
◇두 번째 인류/한스 블록, 모리츠 리제비크 지음·강민경 옮김/400쪽·2만4000원·흐름출판
“정말 보고 싶었어.”
여자가 ‘다시 살아난’ 남편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여자의 남편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지금 여자 앞엔 죽기 전 남편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AI) 남편이 서 있다. 금발에 흰 피부는 남편의 모습 그대로다. 다정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말투도 똑같다. 남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던 데이터를 학습시킨 덕이다.
여자는 남자를 끌어안고 함께 밥을 먹는다. 밤에 같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일상을 반복한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는 의문이 든다. 정말 지금 여자 곁에서 숨 쉬는 남편은 죽기 전 남편과 완전히 같을까. 넷플릭스 공상과학(SF) 시리즈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돌아올게’ 이야기다.
이 책은 이 같은 드라마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사람의 정보를 학습시켜 사람과 유사하게 만든 AI인 ‘디지털 클론’의 세계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독일 다큐멘터리 감독 2명이 디지털 클론의 명암을 추적했다.
저자들이 먼저 만난 건 유족이다. 미국의 변호사 제임스는 디지털 클론 기업을 통해 폐암으로 숨진 아버지의 기억을 AI에게 학습시켰다. 아버지의 평소 습관, 농담, SNS 기록을 AI에게 입력했다. 이렇게 탄생한 ‘데드봇’을 통해 제임스는 아버지와 스마트폰 채팅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AI 아버지는 실제 만질 수는 없다. 하지만 ‘데드봇’은 “거짓말”이라며 장난을 치는 아버지와 똑같은 습관을 지녔다. “선술집에서 먹었던 바비큐가 기억나느냐”며 제임스와의 옛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제임스는 “아버지의 말투와 유머와 기억을 바탕으로 한 데드봇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받고 있다”며 “대화할 때마다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디지털 클론이 대두된 건 첨단 과학기술 덕이다. 인간의 기억을 저장해 분류한 뒤 자유롭게 찾아주는 기술인 ‘메멕스’는 최근 빠르게 발전했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교감하도록 돕는 ‘감성 컴퓨팅’, 인간의 뇌에서 추출한 정보를 바로 컴퓨터에 옮기는 ‘마인드 업로딩’은 디지털 클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기억을 이식한 챗봇과 대화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곧 인간의 목소리와 생김새를 지닌 진짜 디지털 클론이 나올지 모른다고 저자들이 예측하는 이유다.
슬픈 건 디지털 클론을 만드는 데 돈이 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죽은 사람의 성격을 모방, 학습할 수 있는 챗봇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챗봇 형태의 디지털 클론을 찾은 유족은 대부분 부유한 남성이다. 가까운 미래에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매달 이용료를 내고 고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디지털 납골당’이 등장할지 모른다고 저자들은 예견한다. 모든 일엔 돈이 들지만, 애도하는 데에도 빈부 격차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다.
여자가 ‘다시 살아난’ 남편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여자의 남편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지금 여자 앞엔 죽기 전 남편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AI) 남편이 서 있다. 금발에 흰 피부는 남편의 모습 그대로다. 다정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말투도 똑같다. 남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겼던 데이터를 학습시킨 덕이다.
여자는 남자를 끌어안고 함께 밥을 먹는다. 밤에 같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일상을 반복한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는 의문이 든다. 정말 지금 여자 곁에서 숨 쉬는 남편은 죽기 전 남편과 완전히 같을까. 넷플릭스 공상과학(SF) 시리즈 ‘블랙미러’의 에피소드 ‘돌아올게’ 이야기다.
이 책은 이 같은 드라마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사람의 정보를 학습시켜 사람과 유사하게 만든 AI인 ‘디지털 클론’의 세계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독일 다큐멘터리 감독 2명이 디지털 클론의 명암을 추적했다.
저자들이 먼저 만난 건 유족이다. 미국의 변호사 제임스는 디지털 클론 기업을 통해 폐암으로 숨진 아버지의 기억을 AI에게 학습시켰다. 아버지의 평소 습관, 농담, SNS 기록을 AI에게 입력했다. 이렇게 탄생한 ‘데드봇’을 통해 제임스는 아버지와 스마트폰 채팅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AI 아버지는 실제 만질 수는 없다. 하지만 ‘데드봇’은 “거짓말”이라며 장난을 치는 아버지와 똑같은 습관을 지녔다. “선술집에서 먹었던 바비큐가 기억나느냐”며 제임스와의 옛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제임스는 “아버지의 말투와 유머와 기억을 바탕으로 한 데드봇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받고 있다”며 “대화할 때마다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한다.
디지털 클론이 대두된 건 첨단 과학기술 덕이다. 인간의 기억을 저장해 분류한 뒤 자유롭게 찾아주는 기술인 ‘메멕스’는 최근 빠르게 발전했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교감하도록 돕는 ‘감성 컴퓨팅’, 인간의 뇌에서 추출한 정보를 바로 컴퓨터에 옮기는 ‘마인드 업로딩’은 디지털 클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기억을 이식한 챗봇과 대화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곧 인간의 목소리와 생김새를 지닌 진짜 디지털 클론이 나올지 모른다고 저자들이 예측하는 이유다.
슬픈 건 디지털 클론을 만드는 데 돈이 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죽은 사람의 성격을 모방, 학습할 수 있는 챗봇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챗봇 형태의 디지털 클론을 찾은 유족은 대부분 부유한 남성이다. 가까운 미래에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매달 이용료를 내고 고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디지털 납골당’이 등장할지 모른다고 저자들은 예견한다. 모든 일엔 돈이 들지만, 애도하는 데에도 빈부 격차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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