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일… 출생 신고 안된 아기, 거제 야산에 묻혔다

사실혼 관계 부모가 사체 유기…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서 드러나

‘출생 후 미신고 영아’ 2236명에 대한 전수(全數)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작년 9월 경남 거제에서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가 생후 5일 만에 숨진 뒤 야산에 유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30일 사실혼 관계인 30대 여성 A씨와 20대 남성 B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했는데 이들은 “숨진 아이를 비닐봉지에 싸 인근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2019년 대전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20대 여성 C씨를 긴급 체포했다.

앞서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2015년 이후 8년간 출생 후 미신고 영아가 2236명에 이른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에 대한 표본·전수조사와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경남 거제와 대전의 사례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처음 확인된 사례는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에서 친모가 아기 2명을 낳은 직후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다.

경찰은 이날 지방자치단체가 수사 의뢰한 95건에 대해 16건을 종결하고 79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사망 8명, 소재 확인 13명, 소재 불명 74명으로 나타났다. 부산, 경기 시흥, 인천 계양, 전북 전주 등 최근 수사 의뢰 건을 포함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전수조사 중인 지자체들의 수사 의뢰가 늘고 있어 수사 상황에 따라 안타깝게 숨진 아기들이 더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거제에서 체포된 A씨 등은 작년 9월 5일 거제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남자 아기가 나흘 뒤 집에서 숨지자 한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인 경남 고성군 공무원들이 출산 기록을 근거로 아이의 소재를 찾다가 확인했다. A씨 등은 처음엔 “아이를 입양보냈다”고 하다가 거듭된 추궁에 “아이가 이미 숨졌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이들은 경찰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숨져 있었다. 화장하면 돈이 많이 들 것 같아 비닐봉지에 싸 집 인근 야산에 묻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아이가 묻힌 곳으로 추정되는 거제 한 야산을 수색 중이다. 경찰은 또 A씨의 또 다른 자녀 2명의 안전도 확인 중이다. A씨는 “한 명은 외할머니가 키우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입양을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