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알리는 것만으론 부족… 美는 전담 인력이 신생아 찾아 사회보장 제공”

김경은 기자 2023.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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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법제화] ‘국경너머 인권’ 이경은 대표

“출생통보제로는 부족합니다.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거나 병원이 신고를 빠뜨릴 경우도 생각해 국가가 책임지고 인력을 동원해 모든 출생을 ‘등록’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라진 아이’의 비극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국제 입양인들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옹호하는 비정부기구(NGO) ‘국경너머 인권’의 이경은(55) 대표는 30일 ‘출생통보제’의 국회 통과를 반기면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출생통보제는 신고 주체를 ‘부모’에서 ‘의료기관’과 ‘지자체장’으로 확대한 것인데 아이가 태어나면 신고가 없어도 국가가 알아서 ‘등록’하는 시스템과 비교하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출생등록제를 하는 나라는 전담 인력부터 확보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등이 병원이나 가정을 직접 찾아 출생을 확인하고 국가 시스템에 등록한다. ‘출생등록’은 국가가 그 아이를 책임지고 보호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부모가 바빠서, 전산 시스템이 미비한 탓으로 신고가 안 돼 미등록 영아가 발생하는 경우를 없애는 것이다. 출생통보제를 해도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출생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출생등록은 주변 사람이 전담 인력에게 알리기만 해도 신생아는 자동으로 사회보장 혜택을 받게 된다. 국가가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신고에 앞서 신생아를 챙기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보호하는 것은 민주 국가의 의무인데 영유아의 경우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1958년부터 아동 17만명을 해외로 입양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여러 사정으로 신생아가 태어난 가족으로부터 분리되고 심지어 버려진 채 발견되는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한국은 선진국이 됐는데도 그런 아기를 맡아 기를 생각은 안 하고 해외로 내보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사적 입양 기관에 전권을 주고 다른 나라로 보내는 걸 장려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올바른 국가의 자세는 “공적인 아동보호체계(Child Protection System)를 갖추는 일”이라고 했다. 서구 국가들도 1970~1980년대부터 이 제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 대표는 국제입양이 지금껏 중단되지 않은 근본 원인은 “생명을 ‘물건’처럼 취급될 수 있도록 방기한 정부의 무책임함과 이를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라며 “지금의 저출산 현상은 우리 정부가 역사적으로 선택해온 정책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했다.

이어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사적 기관인 입양기관을 통해 다른 나라로 보내는 정책 대신에 공적인 보호체계를 다지는 길을 선택했다면, 우리의 현재 모습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으나 매번 보여주기식 전수조사와 땜질 처방으로 법이 더 누더기가 돼왔다”며 “보다 큰 결단으로 근본적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또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2006~2007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일했다. 2011년 보건복지부 아동복지과에서목격한국제입양 실태에 충격을 받고 ‘국제입양에 있어서 아동 권리의 국제법적 보호’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2020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을 거쳐 2020년 국경너머 인권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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