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쪼개진 美… 소수인종 大入 우대, 62년만에 위헌판결 충돌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3.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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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아시아계 역차별 논란에 “위헌”
바이든 “대법 비정상” 트럼프 “환영”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1961년 이후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을 우대해 온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을 두고 62년 만의 위헌 판결을 내리자 미 이념 갈등 및 분열이 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현 대법원은)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라며 판결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각종 교육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반발했다. 집권 중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관 9명 중 6명을 보수파로 채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능력 기반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반겼다.

대법원은 이날 아시아계 학생 단체 ‘SFA’가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수계를 우대하며 백인 및 아시아계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2014년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 대 2, 6 대 3으로 위헌 판결했다. 이에 관한 다수 의견서를 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인종이 아닌 개인의 경험으로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수계 우대는 낙태, 이민, 총기 등과 함께 이념 갈등의 주요 의제로 꼽힌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지난해 6월에도 낙태권 폐기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진보 유권자가 결집해 다섯 달 후 중간선거에서는 집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위치를 지켰다. 마찬가지로 이번 판결 또한 내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大 아시아계 역차별, 위헌 불러… “韓학생 유불리 두고봐야”

‘美 소수인종 대입 우대’ 위헌 판결
SAT점수 아시아계 월등히 높은데
하버드 입학 확률은 흑인이 더 높아
“공정한 입시 한국 학생에 기회”

또 갈라진 美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 대법원 건물 앞에서 판결 찬성파와 반대파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충돌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이번 판결까지 더해져 미 사회의 이념 갈등과 분열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워싱턴=게티이미지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계 우대 정책 위헌 판결로 미 주요 대학의 입학 사정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 판결이 최고 명문 하버드대를 둘러싼 소송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교육열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관심 또한 상당하다.

다만 아시아계 학생의 유불리 여부는 당장 단정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미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도 소수계 우대 정책을 통해 흑인, 히스패닉 학생에게 부여된 가산점 때문에 피해를 받았던 아시아계 학생이 명문대 입학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진보 세력 등이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며 이를 무력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다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 학생이 주 수혜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NYT “하버드의 아시아계 차별→위헌 판결”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 도입된 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미 주요 대학의 인종 다양성이 확보되긴 했지만 성적이 좋은 일부 백인 학생은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흑인, 히스패닉 학생에게 밀려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것에 불만을 표했다.

미 주요 인종 중 학업 성적이 가장 우수한 아시아계는 자신들 또한 소수계임에도 이 정책으로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역차별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특히 일부 명문대가 아시아계 학생의 리더 자질 및 융화 노력 부족 등을 거론하며 백인에 비해 아시아계 선발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런 불만을 키웠다.

데이비드 프렌치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또한 30일 칼럼에서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차별이 이번 위헌 판결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위헌 판결에 동조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 또한 학업 성적 하위 40%인 흑인 학생의 하버드대 입학 확률이 상위 10%인 아시아계보다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시아계 학생의 성적 우수는 통계로 입증된다. 지난해 아시아계의 SAT 평균 점수는 1229점. 백인(1098점), 히스패닉(964점), 흑인(926점)보다 높다. 2021년 기준 미 인종별 구성은 백인 59.4%, 히스패닉 18.4%, 흑인 12.2%, 아시아계 5.6% 순이다. 인구 비중이 가장 작으니 소수계 우대 정책 실시 때 나머지 세 인종보다 소외될 여지가 큰 셈이다.

● 韓 학생 유불리 두고 봐야

한국계 학생의 유불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송재원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해외사업팀장은 “미 학교들이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을 기득권층으로 여겨 다른 인종에 비해 더 깐깐한 자격을 요구해 왔다. 인종 차별 없이 공정한 입시를 치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학생에게 기회가 생겼다”고 긍정 평가했다. 1996년부터 주(州) 차원에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폐지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이후 명문 주립대의 아시아계 학생 진학률이 올라갔다.

다만 판결의 혜택이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에게 집중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 명문대를 이끄는 학내 지도부, 주 후원자 모두 백인인 탓이다. 판결 직후 하버드대 아시아계 학생 단체 ‘하버드AAA’는 성명을 통해 “이 판결로 흑인, 히스패닉 학생의 비율이 줄겠지만 그 자리는 대부분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계 중에서는 유학생 수가 많은 중국계와 인도계가 한국계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미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유학생은 4만755명이다. 중국(약 29만 명), 인도(약 20만 명)에 비해 훨씬 적다.

백인 경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 사망 등으로 흑백 갈등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에 따른 미 전반의 다양성 약화가 아시아계에 또 다른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판결에 반발한 흑인과 히스패닉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를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미국 대학 입시, 공공기관 채용 때 비(非)백인을 우대하도록 한 정책. ‘흑인 및 히스패닉계 학생에 비해 성적이 우수한 백인 및 아시아계 학생이 피해를 입는 역차별’이란 비판과 ‘인종 차별을 완화시킨다’는 긍정론이 맞선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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