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계 청년, 경찰에 총격 피살… 프랑스 시위 사흘째
아프리카 이민 가정 출신의 10대 청소년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총을 맞고 숨진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전역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파리 외곽 도시에서 지난달 28일 처음 일어난 시위는 사흘 만에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점차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과 상점 등이 무차별 공격을 받으면서 야간 통행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프랑스 내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29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전국 100여 지자체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며 “진압 과정에서 현재까지 경찰 300여 명이 부상을 입고, 총 875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밤 총 200여 명이 체포되고 경찰 170명이 다친 것과 비교해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시위 발생 지역도 첫날은 파리 북서부 낭테르·툴루즈·리옹·디종 등에 불과했으나 둘째 날부터는 릴과 스트라스부르·마르세유와 브레스트 등 사방으로 번져가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서와 정부 기관, 학교 등 공공시설에 화염병을 던지고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과 트램(노면전차) 등에 불을 질렀다. 파리 시내 사틀레 레알과 리볼리가(街) 등에선 유명 브랜드 상점이 약탈당하기도 했다. 파리에 5000명, 전국적으로 4만명의 경찰과 군헌병이 배치되어 시위를 통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파리 북부 오베르빌리에선 공영 버스 차고지가 공격받아 버스 십여 대가 불에 탔다. 파리와 주변 도시를 아우르는 일드프랑스주 광역주는 오후 9시부터 버스와 트램 등 일부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으며 일부 지자체는 임시 야간 통금 조치도 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프랑스에 체류하거나 방문 중인 우리 국민은 신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달 27일 오전 낭테르에서 친구 두 명과 빌린 차를 타고 가던 나엘(17)이라는 이름의 청소년이 교통 단속에 나선 경찰의 정지 명령을 어기고 차를 몰아 도주하다 벌어졌다. 경찰은 “위험한 운전에 주의를 주려 차를 불러 세웠으나 갑자기 급발진해 도망을 갔고, 이를 막으려 총을 쏜 것이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그러나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동영상을 토대로 “경찰이 처음부터 나엘을 향해 총을 겨눴고, 도망을 가려 하자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며 “평소 중동·아프리카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해 온 경찰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엘은 알제리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왼팔과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현장에서 숨졌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태가 2005년 11월 벌어진 것과 같은 대규모 폭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시 사건도 파리 동부 외곽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십 대 소년 3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2명이 감전사하면서 벌어졌다. 경찰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시위는 전국적 폭동으로 번졌고, 20일간 차량 9000여 대가 불타고 2900여 명이 체포됐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고 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기 귀국해 긴급 대책 회의를 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국민 화합을 보장하기 위해 질서 회복이 필요하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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