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센터’ 독일 1300곳, 한국 244곳… 출생통보 이후도 지원해야

김경은 기자 2023. 7.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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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법제화] 아이 키우는 사회 만들려면…

출생통보제가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버려지는 영·유아의 비극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G8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이라면 미혼모 등이 키우기 어려운 아기들은 국가와 사회가 맡아 양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이면서 2020년에도 세계 세 번째로 많은 해외 입양(266명)을 보낸 모순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280조원을 퍼부었지만 합계 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하다.

그래픽=이철원

노혜련 숭실대 교수는 “독일에선 공공에서 1300여 곳의 임신갈등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미혼모 등에게 구체적인 상담과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미혼모에게 매달 생계비도 지원한다. 출산 사실을 숨기려는 산모는 가명으로 병원에 다닐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다. 누구든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경제·사회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2006년 혼외 출산 구별 규정을 없앴다. 아기만 있으면 가족수당, 자녀양육수당, 보육 서비스 등 혜택을 준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에겐 ‘요보호 아동수당’으로 기본 가족급여의 22.5%를 더 준다. 독일은 45%, 프랑스는 60%가 혼외 출산이라고 한다.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과 양육이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국의 혼외 출산은 1.9%다.

우리 정부도 미혼모 상담 등을 위한 가족 센터가 있지만 전국 244곳에 불과하다. 미혼모와 신생아가 지낼 수 있는 ‘미혼모자 시설’도 전국 60여 곳에서 총 800여 명만 수용할 수 있다. 그나마 최대 3년 이상은 지내기 어렵다. 유기아동보호소 ‘베이비 박스’가 운영하는 미혼모 공간은 한 번에 4가족만 지낼 수 있고 평균 4개월 정도 머문다. 서유럽 등은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돈을 국가가 대준다. 그러나 한국은 ‘시설’을 나오면 아기를 데리고 홀로 서기가 막막해진다. 아동 복지 전문가는 “저출산 예산이 한 해 40조원이라고 하는데 그중 1%인 4000억원만 미등록 위기 아기와 산모 등의 생계비에 써도 아이가 사라지고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는 비극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들 -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서 관계자들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미혼모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김지호 기자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처음부터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미혼모는 30%에 그친다”면서 “이후 고민을 이어가는 미혼모들 중 양육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힘들어한다”고 했다. 실제 영아를 유기한 혐의로 붙잡힌 부모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 곤란’을 이유로 꼽았다.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이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고 있지만 매달 수십만원 수준이고 신청 절차도 복잡하다. 여가부는 가족센터에 전화하면 도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전화해 보니 “미혼모 지원과 상담은 서울시 한부모지원센터 같은 곳에 연락해 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민센터 등에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방법 정도만 알려준다. 가출팸(가출 청소년 집단) 출신이나 미혼모 등은 아기를 낳는 것만도 힘든 상황에서 어디에 연락해 경제적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112나 119처럼 위기의 산모가 한 통의 전화로 출산과 양육에 관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국가는 산모가 어떤 상황에서 출산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아동 시설 등에 주는 돈을 미혼모 등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 전문가는 “버려진 아이가 보호 아동 시설로 보내지면 정부는 그 시설 운영자에게 아이 1명당 매달 200여 만원을 주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시설은 정부 지원금을 계속 받으려고 입양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복지부·여가부 등으로 분산한 미혼모·영아 지원 예산을 한곳으로 모으면 부모가 직접 키울 수 있는 돈이 되거나 국가기관이 출생부터 성장까지 책임질 수 있는 재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은 개인에게 맡기고 버려지는 아이는 민간에 방치하다시피 했는데 저출산 시대 국가와 사회가 같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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