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세대의 富, 젊은 층에 흘러가야 경제 활력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호텔급 요양원. 창밖으로 빽빽한 녹음이 펼쳐지고 24시간 전문 간호사가 상주해 관리해 주는 이곳은 월 자기부담금이 최대 325만원이다. 직장인 평균 월급과 맞먹는 비용이 들지만, 300명이 넘는 대기자들이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요양원 관계자는 “대부분 인근에 자식들이 사는 부유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실버 세대 모두에게 안락한 인생 2막이 찾아오는 건 아니다. 배우자 장례비를 구하지 못해서, 또는 급히 약값이 필요한데 돈이 부족해서 국민연금을 담보로 1000만원씩 돈을 빌리는 노인들도 있다. 최근 10년간 국민연금 담보 긴급자금 대출인 ‘실버론’을 이용한 사람은 8만5000여 명, 대출 금액은 4410억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연령대별 소득 불평등도를 조사해보니, 70세 이상의 지니계수(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20~40대보다 최대 1.7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세대의 빈부 격차가 젊은 세대보다 훨씬 심한 것이다. 손민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쌓인 사회적 네트워크, 증여 등이 나이 들수록 누적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끼리의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세대 간 빈부 차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성향이 낮은데, 이들이 점점 더 오래 살다 보니 나라의 막대한 부가 그저 잠겨 있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령 국가 일본에서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600만 치매 노인이 가진 자산이 2020년 기준 250조엔(약 2280조원)에 달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구순 노모가 다 늙은 칠순 아들에게 상속하는 이른바 ‘노노(老老) 상속’은 이미 일본에선 일반화돼있다. 80세가 넘어서야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전체 상속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 세대가 쥔 부를 회춘(回春)시켜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해 일본은 생전 증여 제도 확대 대책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종전에는 부모 사망 3년 전에 증여한 재산만 비과세 대상이었는데, 이 기간을 7년으로 늘려주기로 한 것이다. 자식들이 돈 필요할 때 미리미리 증여하라는 취지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산은 유동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를 언제, 어떻게 물려줄지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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