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미술의 염원
수만명 관람객이 다녀간 미술관 전시. 수백억원대 판매액을 달성한 아트페어, 서울에 분점을 추가로 여는 글로벌 화랑, 스타 도슨트와 컬렉터의 방송 출연, MZ세대의 관람 인증 SNS…. 우리 미술은 대중과 호흡하며 순풍을 단 듯 그 규모를 키워가는 것처럼 보인다. <프리즈 서울>의 개최만 봐도 그렇듯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가 될 꿈을 안고 동력을 받고 있는 시기다.
단, 미술계 내부에선 작금의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담론의 부족’이다. 미술을 통해 시대를 환기하고 경종을 울릴 만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데서 오는 회의감이다. 자본 중심 이슈와 이식된 식민주의 모방이 혼재돼 정작 본연의 언어는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에 대항해 대안을 제시하던 혁혁함도, 자생을 꿈꾸며 신생으로 태동하던 하위문화 기질도 보이지 않는다. 인류세 문제를 부각하며 작품성을 보이던 일부는 매체 중심의 보여주기로 저물어간 감이 있다. 생명력을 잃은 공간에 수혈하듯 기금이 지급되고,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전한데 누가 K컬처의 주체가 된단 말인가.
안팎의 모순을 극복하고 한국미술이 진정한 글로벌 위상에 다다르기 위해, 기관은 진정한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현재 관장 원서 접수를 끝낸 국립현대미술관이 이에 대표적 책무를 갖고 있다. 항간에는 상업 전시기획사 대표 출신 김건희 여사와 관계 있는 인사가 낙점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돈다. 그러나 미술이 가진 자에게 굴복하는 수단이 아니라 다수의 삶 실체와 맺는 본질로 거듭나기 위해, 이번 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중립적이고 의식 있는 결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미술계는 물론, 국민의 염원이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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