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소수 인종 우대는 위헌”…연방 대법 판결에 미국 술렁

1960년대부터 미국 대학 입학에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을 우대해 온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미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입 정책은 물론 취업 등 미국 경제·사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미국 사회에 일었던 격랑과 분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방 대법원은 이날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6대3과 6대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대학들이 오랫동안 불굴의 도전과 축적된 기술 대신 피부색이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이란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며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수십 년에 걸쳐 이룬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이 판결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이 상징하는 것까지 바꿀 순 없다”며 교육부에 다양성 확대 시스템 마련을 지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정책은 여러 세대에 걸쳐 나같은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줬다”며 “지금 젊은이들에게도 마땅히 누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크게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해 훌륭한 날”이라며 “완전히 능력에 기반한 제도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게 옳은 길”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한인 사회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에선 “성적이 우수한 한국계의 명문대 진학률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와 “대학들이 입시 방식을 제각각 바꿀 수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김형구·김필규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