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에 내신 절대평가로 더 깜깜한 입시 우려”

신수민 2023. 7. 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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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강남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는 지극히 온당한 소리”라면서도 “다만 현 사태가 대입제도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킬러 문항을 뺀 ‘쉬운 수능’이 절대평가 방식의 고교학점제와 결합하면 ‘깜깜이 입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립 중학교 교사로 교육계에 발을 들인 이 소장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다가 1994년 학원 강사로 나섰다. 2014년 학원 사업을 정리한 뒤 교육제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전교조 출신임에도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수시를 비판하며 정시 확대를 옹호한다.

Q : 킬러 문항 배제, 어떻게 보나.
A : “당연히 맞는 소리다.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는 없애는 게 맞고, 그랬을 때 공정하다. 다만 수능에 대한 세부적 이해는 다소 부족하다. 국어, 영어 영역은 ‘독해 문제’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실린 지문을 그대로 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교과서에 없는 지문을 출제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문에서 요구하는 어휘, 문법, 배경지식 수준이 교육과정 수준에 맞는지를 봐야 한다. 교과과정 범위 내에서 킬러 문항이 없어도 변별이 가능한 수능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Q : 킬러 문항 없애면 사교육은 줄어들까.
A : “잘못된 접근이다. 킬러 문항은 쉬운 수능 때문에 생겼다. 쉬운 수능은 98학년도부터 시작됐는데, 상위 50%의 평균 점수가 84점까지 올라갔다. 정점을 찍은 건 이명박 정부 때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당시 교육부장관)이 수능 영역별 만점자 1%를 만들겠다 했는데, 하나 틀리면 2등급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능으로 변별이 안 되니 2014년 말부터 소위 ‘틀리는 문제’를 출제했다. 정상적 평가를 위해 만든 문항이 아니니 당연히 교육적이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킬러 문항이 생기기 전부터 사교육은 계속해서 증가했다는 점이다. 애초 킬러 문항을 없애 사교육을 경감한다는 자체가 접근이 잘못됐고, 오히려 현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Q : 현 사태의 본질이 뭔가.
A : “이 장관이 ‘킬러 문항 배제’를 들고나온 이유가 뭘까. 쉬운 수능을 만들기 위함이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서 대입 선발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거다. 그럼 뭐로 뽑겠다는 걸까. 고교학점제와 연결해서 봐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빌미로 내신 절대평가를 하면 내신 부풀리기가 만연할 것이고, 그러면 선발도구로서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고교학점제+수능 자격고사화’는 대학에 자율 선발권을 주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좀 더 세밀하게는 대입에서 내신성적 반영을 없애 최근 존치를 결정한 특목고·자사고가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Q : 대입 제도는 어떻게 된다는 건가.
A : “정작 대학은 이 논의에서 물러나 있다. 대학은 내신, 수능이 모두 변별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선발 전형의 선택지로 추천+면접, 서류+면접(학생부종합전형), 대학별 고사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별 고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실상 깜깜이 전형이다. 결론은 더 깜깜한 입시제도가 되고, 더 불공정해진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불평등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사교육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 경감보다 공교육이 중심을 잡도록 하는 데 주안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건 결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회복함을 말한다.”

Q : 입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수능과 내신 두 가지를 가져가되 모두 상대평가로 해야 한다. 수능이 평균 65점이 나오도록 난이도를 조절해 변별력 장치로 가고,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수능이 교육과정 범위서 출제되는 만큼 교사가 실력을 키워 학생들이 수능을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동시에 대학의 내신 반영비중은 30%로 해야 한다. 내신 100% 선발은 학교 간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한다. 30%로 할 경우, 각 학교의 전교 1등에게 기회를 줘 지역균형 대안으로 살릴 수 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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