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성장·노동력 풍부한 베트남, 중 대체 ‘세계 공장’ 됐다

2023. 7. 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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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생산기지로 뜬 베트남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베트남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왼쪽 둘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둘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22~24일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특히 베트남은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실제 베트남은 한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해 877억 달러(약 114조5000억원)로 전년보다 8.7% 증가한 사상 최대 교역액을 기록, 베트남이 일본(853억 달러)을 제치고 중국(3104억 달러)과 미국(1916억 달러)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교역국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베트남 무역수지는 342억 달러 흑자로 전체 교역국 중 최대치였다.

한·베트남 수교 3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리스크로 작용 중인 한국 경제에 고무적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베트남은 젊은 나라이면서도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인상적으로 성장한 나라”라며 “한국이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여겨 개척에 힘쓰고 있는 아세안의 핵심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인구는 약 9886만 명으로 세계 16위(올해 현재)인데 그 중 절반가량이 35세 미만이다. 반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3626억 달러로 세계 40위(2021년 기준)다. 노동력이 풍부하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베트남 경제는 고속 성장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2014~2019년 연간 6~7%대를 꾸준히 유지했고 지난해에도 8.2%를 기록했다. 올해는 6.4% 기록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21년 잠시 부진했던 것을 제외하면 중국 못잖은 고성장세다. 베트남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지정학적 이점도 크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중국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또 긴 해안선과 함께 남북으로 대도시 두 곳(북부의 하노이, 남부의 호치민)이 있어 무역에 최적화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산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허용하는 등 1980년대부터 이어온 국가적인 개혁·개방 드라이브도 베트남 경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덕에 중국이 지닌 ‘세계의 공장’ 지위도 베트남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계기로 주요국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와 탈(脫)중국에 나선 기업들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대만의 폭스콘은 몇 년째 베트남에서 ‘애플워치’를 생산 중인 가운데 올 5월부터는 ‘맥북 프로’도 베트남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는 ‘에어팟’ 전체 물량의 65%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델 역시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반도체 칩을 중국 밖에서 생산한다는 방침 하에 베트남을 새 생산 기지로 낙점했다. 한국도 노동 시장으로서 매력적인 베트남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삼성전자는 이를 비롯해 베트남에 생산 법인 6개를 두고 가전과 통신 장비,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의 주요 부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LG그룹도 베트남에서 생산 법인 7개를 운영 중이다. LG그룹의 지난해 베트남 내 생산 규모는 120억 달러 수준으로 베트남 GDP의 약 3%였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베트남을 소비 시장으로서도 매력적으로 보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합작 법인인 HTMV를 설립, 2년 만인 2019년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현지 시장 판매 1위에 올라선 뒤 2021년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베트남 전문가인 유영국 작가(『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는 “동남아에선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인도네시아 90%, 필리핀 88% 등으로 압도적인데 베트남에서만 유독 한국차가 35%가량으로 선전 중”이라며 “베트남 내 한국 기업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기성 제조업이 아닌 정보기술(IT)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베트남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베트남에서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모빌리티 로밍(연동)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 업체인 메가존클라우드도 2014년 베트남 법인을 세운 이후 현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 경영진은 이번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돼 베트남 기업들과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베트남 경제의 고성장 속에서도 한국 입장에선 지나친 낙관과 허술한 대비는 금물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의 고성장을 이끈 저렴하고 질 좋은 노동력이 인구 고령화와 최근 가파른 임금 상승으로 그 이점을 잃어가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가 노동자에 대한 직업 훈련과 학력 신장에 집중함으로써 노동생산성 향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올해 들어 5월까지 대베트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한 만큼 베트남 시장 공략에 지금까지보다 전략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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