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동네’ 토박이가 짚은 역사
이인규 지음
마티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재건축 아파트는 어떤 의미일까. 어떤 사람들에겐 오랜 세월 가족과 함께 살아온 추억이 겹겹이 쌓인 공간일 것이다. 동시에 재건축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사회적으로 각별한 주목을 받는 곳이다. 웬만한 미니 신도시급으로 단일 아파트 단지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기존의 5930가구를 철거하고 새로 1만2032가구를 짓는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둔촌주공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이 아파트 단지의 40여년 역사를 되짚는다. 1970년대 대한주택공사가 둔촌지구 개발에 착수한 무렵부터 올해 초 우여곡절 끝에 재건축 일반 분양을 마무리한 시점까지다. 저자의 시선에는 사라져가는 아파트 단지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낡은 아파트를 보존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1979년 아파트 준공 이후 수많은 이들이 지나온 일상생활의 풍경을 재건축 이후에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 돈을 완전히 제쳐놓고 생각할 수도 없다. 재건축한다는 건 그만큼 아파트가 오래되고 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래된 아파트에는 그곳 주민들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이 함께 담겨 있는 게 당연하다. 저자는 “둔촌주공아파트가 40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머물러 있었기에 그곳에 살았던 이들도 공간과 지긋하게 관계를 맺고 애정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다른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에도 똑같이 할 수 있는 얘기다.
이 책은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생활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라는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이전까지 아파트 단지의 이야기가 대체로 투기적 욕망과 그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양극화되어 있었다면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는 아파트 단지가 누군가의 집이자 동네라는 사실에 주목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주정완 논설위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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