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벅찬 그곳, 신화의 현장
신준봉 2023. 7. 1. 00:23
글·사진 한상원
슬기북스
제주 올레길은 다녀왔고,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내키지 않았다. 30년 넘는 사회생활의 끝을 바라보며 인생 후반부 시니어 청춘의 초입에 선 저자는 불쑥 시칠리아를 떠올렸다고 한다. 인생의 구원이 될 인문 여행지로 적격이었다는 것이다.
영화 ‘대부’의 배경지로, 이탈리아 마피아의 근거지 정도로만 아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여행을 준비하며 알면 알수록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리스 본토보다 신전이 더 많을 뿐 아니라 기원전 7세기경부터 2700년간 숱한 외침을 겪으며 8개 이상의 문명이 섞이다 보니 비잔틴·아랍·바로크 건축 양식이 혼재한다. 오디세우스가 거인족 키클롭스를 맞닥뜨렸던 신화의 현장이면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에트나 화산(3423m)을 품고 있고, 주정 강화 마르살라 와인의 본적지이기도 하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는 거다.
저자는 제주도 14배 면적, 역삼각형 모양 섬의 북서쪽 팔레르모에서 시작한 시계 반대 방향 1500㎞ 여정을 시간순으로 기록한다. 결론은 이렇게 압축된다.
“시칠리아를 빼놓고 이탈리아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괴테의 말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작가가 아닌 데도 책의 밀도가 높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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