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가석 땐 선크림 필수, 인공눈물 자주 넣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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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입국 규제를 풀면서 올해는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여행자들에게 타지에서의 추억을 남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건 역시나 건강 지키기. 여행에 들떠 예상치 못한 질병과 자연재해,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의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행복한 추억’이 아닌 ‘악몽 같은 기억’이 돼 버릴 수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의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한 달간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여객 수는 약 932만명이다. 직전년도 동기(약 753만명) 대비 179만명 정도 증가했다. 국제선만 따져보면 작년만 해도 55만여 명에 불과했던 여객 수가 올해 5월에는 360만명으로 6배 넘게 뛰었다. 국내 여행지에 몰렸던 수요가 해외로 옮겨간 결과다.
그러나 해외로 떠나기 전 현지 맛집 정보는 찾아도 응급사고 대처법을 알아보는 이들은 드물다.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등으로 원하는 약을 구하지 못하거나 의료비 폭탄을 맞는 사례가 더러 있음에도 말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다. 국가별 의료기관 특징과 약국 이용법, 구급차 신고 방법 등을 알려준다. 소방청과 외교부가 협업해 운영하는 재외국민 119 응급의료 상담 서비스도 미리 알아두면 좋다. 해외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 24시간 365일 전화,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응급의학 전문의와 상담을 할 수 있다. 약품 구매 방법과 응급처치 요령, 현지 의료기관 이용법, 환자 국내 이송 절차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외교부 사이트엔 현지 의료 정보
출국 전 가입한 해외 여행자보험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발생할 부담을 덜어준다. 여행자보험은 신체적 상해나 질병 치료, 휴대품 도난 또는 파손 등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해준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는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때는 국제 이송비 보장 항목이 포함됐는지, 이송비 보상 가능한 현지 체류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 이제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외선은 지상에 비해 강하다. 장시간 노출 시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니 창가 석에 앉게 된다면 가급적 가림막을 내려 햇빛을 차단하는 게 좋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는 “자외선차단제는 비행기 탑승 30분 전에 바르고 창문을 가리지 않은 상태로 계속 있게 될 경우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지상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2시간마다 차단제를 덧바르도록 한다”고 했다. 피부가 특히 예민하고 건조한 사람이라면 보습 크림을 자주 바르고 물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피지 분비, 실내 미세먼지 등에 의한 피부 오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세안제로 1~2회 얼굴을 씻어주는 것도 좋다. 더불어 기내 건조한 공기 등으로 안구 건조증이 생길 수 있으니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주도록 한다.
더불어 심부정맥혈전증은 비행기 탑승객이 주의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심부정맥혈전증은 정맥의 혈류 장애로 정체된 혈액이 응고돼 혈전(피떡)이 생기는 질환이다. 비좁은 이코노미클래스(일반석)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 발생하기 쉬워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기면 갑자기 다리가 심하게 붓고 탱탱해지며 심한 경우 다리의 피부가 붉은색이나 파란색으로 변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틈틈이 기내 복도를 걷는 등의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다리나 허리가 꽉 조이는 의상은 피하도록 한다.
여행지에서는 감염병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뎅기열,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등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다. 기후 변화에 따른 모기 서식지 확대와 개체 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모기 매개 감염병이 전 세계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서다. 여행자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긴 소매 상의와 바지를 입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충망과 모기장을 갖추고 냉방이 잘 되는 숙소에 묵는 것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행 후 시차 극복, 햇볕 쬐면 좋아
즐거웠던 여행도 끝이 났다. 신나게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잠시, 일부는 오히려 휴가 전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낀다. 시차증후군 때문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보통 나라 간 시차가 2시간 이내면 크게 문제가 없지만 그 차이가 6시간 이상 나면 여행객 대부분이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시차증후군에 시달리면 밤에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할 뿐 아니라 활동력 저하, 전신 피로감, 소화 불량,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증상이 지속하면 우울감, 좌절감, 의욕 저하 등도 야기될 수 있다. 시차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햇볕을 쬐는 것이다. 이 교수는 “가능한 밝은 아침과 낮에 야외에 나가 충분히 활동하고 밤에는 빛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귀국 후 건강 관리를 위해 알아둬야 할 부분은 또 있다. 한국 땅을 밟은 뒤 일주일 이내 열·설사·구토·황달 등의 증상을 겪거나 여행 중 동물에게 물렸다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은 금물이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귀국 후 2~3주 이내 증상을 보이지만, 일부는 1년 후까지 발병 가능해서다. 특히 말라리아 위험 지역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 후 1년까지 열이 나거나 독감과 흡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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