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펑 소리와 함께 부풀던 동심
오일장이 서면 시장 한쪽에 뻥튀기 아저씨가 어김없이 찾아와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엄마보다 할머니를 공략하는 게 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졸라대는 손주에게 못 이기는 체 할머니가 큰맘 먹고 쌀 한 됫박 퍼내면 그 기쁨을 무엇과 바꿀 수 있으랴. 날아갈 듯 달려가 차례를 기다리면서 가슴이 먼저 부풀 대로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차례가 오고 아저씨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쌀을 넣고 튀길 준비를 마친 뒤 쉭쉭거리는 소리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폭발의 순간을 기다리던 짜릿함! 쌀 한 됫박이 튀밥 한 말이 되는 마술에 행복했다.
물론 장날마다 그런 행운을 누릴 수는 없어도 아이들은 무시로 뻥튀기 아저씨 곁을 맴돌았다. 축포처럼 펑펑 터지는 소리와 고소한 튀밥 냄새만으로도 행복의 반은 채워지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때 스물셋의 청년이었던 어설픈 사진가 지망생인 나도 이 아이들처럼 늘 뭔가 허기진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카메라도 뻥튀기 기계처럼 훗날 시골 청년의 쌀 한 톨 만한 꿈을 열 배 백 배 확대시켜 줄 수 있을까? 그 다음해에 나는 상경하여 늦깎이 사진과 학생이 되었다.
이 사진을 찍은 1972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40달러였는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21년에는 3만4980달러가 되었다. 거짓말처럼 100배 이상 부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50년 전 튀밥 한 자루의 행복은 몇 곱절 커졌을까. 그 행복지수가 궁금해진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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