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어른의 사교육(MD칼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최근 만난 친구가 “기타 선생님과 연을 잘 유지해둬”라고 했다. 왜냐고 되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너 좋은 선생님한테 배우잖아. 우리 애들 좀 크면 기타 가르치게. 우리 때랑은 달라. 피아노는 기본. 어릴 때부터 악기 하나씩은 해둬야 한다고.”
내가 어릴 때 사교육이라 하면 학업 향상 목적이 대다수였다. 한 반에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 학원 다니는 아이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는데, 요즘은 교양으로 바이올린이나 플롯은 물론 기타나 드럼을 배우는 아이도 많은 모양이다.
기타 레슨은 내 평생 가장 오래 한 사교육이다. 어른이 된 후 내 의지로 나 좋아서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기타 선생님을 소개해 준 분은 최근 내 칼럼을 보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취미이니 즐기라고 말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늘 거라고도 했다.
사실 나보다 기타 선생님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입시 레슨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말이에요.” 틈틈이 탈주를 꿈꾸는 선생님의 말이다.
선생님은 나를 좀 더 스파르타식으로 단련시키고 싶으신 걸까. ‘입시’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압박에 ‘레슨’이 더해지니 벌써부터 숨이 막혀온다. 아니 근데 무엇보다 내가 이 나이에 입시 레슨을 해서 어디다 쓰지….
입시용은커녕 부모님이 시켜서도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도 아닌 기타 사교육이 즐겁다. 사는 것도 팍팍한데 기타까지 팍팍하게 배우고 싶지 않다. 선생님이 알면 뒤로 넘어갈 소리겠지만, 선생님의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때가 많다.
선생님의 기준이 너무나도 높고 높아 나로서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자면 일주일 내내 기타만 붙잡고 있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잘 따라주지 않는 내 손가락을 탓하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지금의 나는 기타 레슨을 가는 수요일이 즐겁다. 아무리 바빠도 레슨을 건너뛴 적이 없다. 한 주 동안 바빠서 연습을 많이 못했고, 선생님 잔소리가 충분히 예상될지라도 말이다.
레슨을 가는 날은 으레 오전에 연습 시간을 빼둔다. 아직은 굳은살이 단단하지 않은 내 손가락은 조금만 연습해도 손끝이 아려온다. 그럴 때 나는 묘한 희열감을 느낀다.
따로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왼손과 오른손 덕분에 두 마디만 반복 연주해도 박자를 놓치기 일쑤지만, 어쩌다 한번 박자가 맞을 때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거 같아 뿌듯하다.
레슨 때 정말 가뭄에 콩 나듯 “그래, 이거죠”라는 선생님 말을 들을 때면 기쁨의 환호성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즐겁게 배우면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지독하게 실력이 늘지 않는 내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서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늘겠지 뭐. 그러다 보면 기타 정도는 다룰 줄 아는 교양 있는 할머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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