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 잡자…유통가 ‘잠금효과’ 노린 멤버십 서비스 경쟁
온·오프라인 ‘신 유통대전’
예컨대 이마트는 매월 5% 할인 쿠폰 4장을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에게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패션·잡화 부문의 최대 5% 할인과 매월 2장의 멤버스바 무료 음료 쿠폰을, 스타벅스는 포인트 추가 적립과 음료 사이즈 업그레이드 쿠폰을, 신세계면세점은 매월 최대 3만원 즉시 할인과 골드 멤버십 최대 15% 할인을 각각 제공한다. 이런 식으로 6개 채널 혜택을 합하면 연간 최대 200만원 상당의 금전적 가치가 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고객의 취향이 다양해져 맞춤형 쇼핑 경험 제공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고객들에게 연회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연회비 10배 이상 가치 선사”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수년간 온·오프라인 융합 쇼핑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면서 이번 서비스 출시를 주도한 것도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쇼핑의 사양세를 극복할 수 있느냐’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 오프라인 쇼핑 채널인 이마트와, 수년간 급성장하면서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엇갈린 희비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마트는 지난해 1분기 매출이 7조35억원으로 쿠팡(6조1650억원)에 크게 앞섰다. 그런데 1년 후 형세가 뒤집혔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이마트가 7조1354억원, 쿠팡이 7조3990억원으로 쿠팡이 이마트를 누른 것이다.
그 사이 팬데믹 종료로 오프라인 소비가 늘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가 뭘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 수요가 팬데믹 이전까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증했다면, 팬데믹을 계기로 중·장년층에서도 급증했다”며 “온라인 쇼핑 특유의 편의성과 저렴한 가격 등을 팬데믹 때 경험한 중·장년층이 팬데믹 종료에도 관성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장년층의 경우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식음료와 생필품 등을 살 때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들르는 게 일상이었지만, 팬데믹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해 배송을 받아봤더니 ‘편리하고 싸서 좋더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쇼핑 채널이 할인 혜택이 많은 새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반격 카드로 꺼내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젊은 세대를 넘어 중·장년층으로까지 확산된 온라인 쇼핑몰의 인기를 따라잡으려면 이들이 가진 강력한 무기인 파격적 멤버십 서비스를 오프라인 쇼핑 채널도 갖춰야 한다고 본 것이다. 쿠팡은 월회비 4990원의 ‘와우’ 멤버십 서비스로 지난해 기준 누적 11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자체 배송 인력으로 상품을 직접 빠르게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상품을 하나만 사도 무료로 배송이 되고, 30일 이내에 무료 반품까지 가능하다. 쿠팡은 최근 음식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에서도 5~10%의 할인 혜택을 추가했다.
출혈경쟁 심화땐 수익성 악화 가능성
이런 분석 속에 신세계그룹뿐 아니라 다른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홈쇼핑은 최근 유료 멤버십 서비스 ‘엘클럽(L.CLUB)’으로 제공하는 오프라인 혜택을 확대했다. 연회비 3만원에 롯데호텔과 롯데렌탈 이용 때 각각 최대 20%, 70% 할인해주고 롯데시네마 영화 관람 때 매월 3000원의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처럼 통합 유료 멤버십 서비스 출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멤버스를 통해 계열사에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통합 적립금 ‘엘포인트(L.POINT)’를 무료 서비스로 제공 중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세계그룹과 쿠팡, 네이버의 3파전이 치열한 가운데 롯데그룹이 가세하려는 양상”이라며 “기업들이 레드오션에서 충성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보면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의 출시 또는 강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들의 지나친 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미칠 악영향 가능성을 경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 혜택을 늘림으로써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물류 체계를 효율화하는 등의 노력을 병행해 수익성 제고에 힘써야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 아마존, 세계 첫 유료 멤버십으로 1위 도약…월마트, 차별화로 맞불
「 글로벌 유통 업계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통한 충성 고객 확보에 한창이다. 원조는 미국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05년 세계 최초로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도입했고, 현재 2억 명이 넘는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연회비 139달러(약 17만7500원)로 2일 이내 무료 배송과 동영상·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2021년 미국에서 유통 분야 부동의 1위 기업이던 오프라인 쇼핑의 최강자 월마트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는 “2일 이내 무료 배송이 한국인 입장에선 별 것 아닌 서비스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 대비 국토 면적이 100배 넓은 미국에선 전에 없던 그야말로 파격적인 서비스”라며 “일반적으로 5일 이상 소요되던 배송 기간을 2일 내로 단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일부 지역·상품에 한해 익일 배송이나 당일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대대적 투자로 미국에서만 100곳이 훌쩍 넘는 물류 센터를 구축, 주문이 들어오면 가까운 물류 센터에서 즉각 배송하는 식이다.
또 빅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상품이 어느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지 확인, 그 지역 물류 센터에 집중 배치함으로써 빠른 배송을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이 잘나가자 위기감을 느낀 월마트도 비슷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도입해 맞불을 놨다. 월마트가 2020년 출시한 ‘월마트 플러스’는 연회비 98달러(약 12만5000원)를 낸 가입자에게 신선식품 등 16만 종의 상품을 무료로 배송해 준다. 연회비가 아마존보다 저렴한 것 외에 옴니채널(omni-channel)이라는 차별점을 뒀다.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 후 당일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당 상품을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 전역에 5300여 매장을 보유한 오프라인 쇼핑 최강자로서 가능한 서비스다. 소비자가 자동차에 탄 채로 주문 상품을 받아보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도 허용 중이다.
중국 유통 시장에서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징둥닷컴은 2016년 연회비 149위안(약 2만6500원)짜리 ‘징둥 플러스’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높은 포인트 적립율과 특가 상품, 24시간 고객 센터 이용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중국 역시 온라인 쇼핑뿐 아니라 오프라인 쇼핑에서도 유료 멤버십 서비스가 대세다. 코트라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선 코스트코와 샘스클럽 등 창고형 대형마트가 유료 멤버십 서비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 전체 인구 중 극소수만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는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소득 수준이 높은 유료 회원들이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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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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