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강태주'] 준비된 배우가 잡은 행운, '귀공자'
1980:1의 경쟁률을 뚫고 마르코 역 발탁
"저만 소화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고 싶어요"
[더팩트|박지윤 기자] 주목할 만한 신예의 등장이다. '1980:1 경쟁률을 뚫은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될 법도 한데, 처음 맞이하는 모든 순간을 오롯이 즐기기에 바쁘다. '귀공자'로 연기를 넘어 삶의 경험을 쌓고 있는 배우 강태주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강태주를 만났다. 전날 개봉한 '귀공자'(감독 박훈정)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만큼, 이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도 처음 경험하는 그다. '취재진 사이에서 혼자 말하는 것이 낯설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예상과 달리 긴장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설렌다는 강태주의 얼굴에는 극 중 마르코에게 없던 해맑음이 가득 차 있었다. 또 경직되거나 틀에 갇히지 않은 순진하고 솔직한 답변으로 웃음까지 안겼다.
작품은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무대인사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강태주는 "칭찬해 주시고, 열심히 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강태주는 영문도 알지 못한 채 각기 다른 세력들의 타깃이 되는 마르코로 분했다. 오디션 발탁 후 짧은 기간 동안 복싱 선수의 몸을 만들었고, 달리고 구르면서 액션 연기를 모두 소화했다. 또한 유창한 영어 실력과 처절하고도 처연한 감정 연기까지 보여준 그는 김선호와 김강우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하며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연기로 증명해 냈다.
"저만 잘하면 되는 현장이었어요. 제가 정한 두 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하나는 '현장에서 힘들어도 울지 않기'였어요. 연기를 못해서 감독님께 혼나도 울지 말자고 다짐했죠. 또 액션이 많아서 '다치지 말자'라는 생각했어요. 몸 관리도 배우에게 매우 중요하잖아요. 죽을 각오로 하니까 더 잘 나오더라고요. 멈칫하는 순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 더 과감하게 했던 거 같아요. 선배님들보다 내공과 실력이 부족하니까 모든 장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찍었어요."
절치부심한 그는 거칠고 남성적이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장 역할을 해내는 인물의 폭넓은 감정을 그려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고. 손 들고 '영어를 잘한다'고 어필하기도 했단다. 이는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는 준비된 배우였다는 걸 느끼게 해 준 부분이었다. 그렇게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리며 작품의 한 축이 됐다.
"정말 행운이죠. 현장에서는 박훈정 감독님의 존재가 큰 힘이 됐고,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어요. 저를 믿어주는 분들을 실망 시키는 걸 너무 힘들어해요. 연기든, 액션이든 제가 잘해야 끝나는 거기 때문에 모든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선배님들과 스태프분들이 '잘하고 있어'라고 늘 격려해 주셨어요."
강태주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귀공자'는 스크린 데뷔작이자 액션부터 감정연기, 추격까지 배우로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준 귀중한 작품이다. 더 나아가 경력과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고, 호흡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기도 했다. 이에 강태주는 "김강우의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내공, 김선호의 재치와 센스를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두려움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 즐거움이 더 컸지만, 몰랐던 현실에 부딪히며 당연히 부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강태주는 "긍정적인 편이에요. 책임감도 있고요. 예전에 아르바이트할 때도 '일머리가 좋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는 남들에게 사랑받고 제 몫을 해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제가 계속하고 싶으니까 힘들었을 뿐, 선택 자체를 후회하지 않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강태주는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차례나 눈물을 흘렸다. 빠르게 퍼져나간 소식에 멋쩍은 듯 웃어 보인 그는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연기가 언제부터 진지해졌냐'는 질문을 받으니까 갑자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라고 나름의 해명까지 하면서 끝까지 웃음만 안겼다.
보기만 해도 숨찰 정도의 액션을 소화하면서 인물의 복잡한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강태주다. 그렇기에 그가 다음에 꺼내 보일 얼굴이 궁금해졌다. 그는 "저만이 가질 수 있는, 소화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고 싶어요. 대중들이 '강태주가 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떠올릴 수 있게끔요. 감성적으로 깊게 파고들고 싶어요. 로맨스를 하더라도 밝은 것보다는 처절한 걸 해보고 싶어요"라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그 누구보다 확실하고 뚜렷한 만큼, 앞으로 펼쳐질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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