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롱 산체스 자네티가 ‘좋아요’ 누르는 재야의 ‘당구 인플루언서’ 이재춘 씨
SNS에 10년간 업로드한 예술구 영상 474개
팔로워 9000명 “외국팬 많아, 생일땐 댓글 500개”
올해 환갑인데 외국 팬들이 ‘당구 아이돌’이라고
흔치 않은 ‘예술구’ 영상으로, SNS상에서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도 ‘당구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당구장 사장님이 있어 화제다. 서울 석관동에서 ‘코뿔소당구장’을 운영하는 이재춘(60) 대표다.
이 대표는 올해까지 약 10년간 수백 가지 예술구를 직접 고안하고 시연한 영상을 제작, 유튜브 페이스북(계정 2개) 인스타그램 블로그(네이버) 등 다양한 채널에 배포해왔다. 현재까지 업로드한 영상수는 무려 474개나 된다. 특히 그는 중절모를 애용해, 예술구 영상을 촬영할 때도 대부분 착용한다.
‘474개 예술구 영상’에는 산체스 쿠드롱 자네티 등 세계적인 당구스타를 비롯, 국내외 팬들이 찾아와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두고 갔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계정(Jae Choon Lee) 가장 최신(6월 27일) 업로드 영상물(아주 느린 밀어치기…)에는 좋아요 61개, 댓글 17개가 달렸다.
댓글은 한국어와 영어 일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적혔다. 이재춘 대표는 “페이스북 개인(Jae Choon Lee) 당구장(코뿔소당구) 2개 계정 팔로워 합이 9000명 이상인데, 그중 절반 넘게 외국인”이라며 “생일 때는 다양한 언어로 축하 댓글 500개가 주르륵 달린다”고 했다.
이처럼 ‘예술구 인플루언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대표를 지난 29일 석관동 코뿔소 당구장에서 만났다. 인터뷰 후에는 다양한 예술구를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간략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에서 중대 6대 규모 ‘코뿔소당구장’을 운영중인 이재춘이다. 이 당구장을 연습장 삼아, 2014년부터 예술구 영상을 유튜브(코뿔소당구), 2개의 페이스북 계정, 인스타그램 등에 쭉 업로드해왔다. 그 동안 쌓인 영상 수는 474개다. 직접 연구하고 해답까지 찾은 난구풀이 샷 등이 담겨 있다.
▲예술구 영상을 업로드하게 된 계기는.
=궁극적으로는 ‘풀뿌리 당구’ 부흥을 위해서였다. 2010년 석관동에 당구장 오픈할 때부터 약 7년간 매년 성북구 학생 100명씩에게 무료 당구강습을 했다. 이를 위해 2014년 생활체육지도자(당구종목) 자격증을 취득했고,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예술구 샷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 그 일을 1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학생들 평균 수지를 4구기준 300점까지 올려줬다.
덕분에 고교당구왕(SBS) 예선전 이벤트 공연으로 예술구를 선보였던 기억도 있다. 당시 끌어치기와 마세(찍어치기) 등을 선보이니 관중들이 “사이그너보다 낫다”며 칭찬하더라. 하하.
=페이스북이 특히 그렇다. 개인계정(4900여명) 및 당구장계정(3500여명) 전체 팔로워(약 8400명)의 절반 이상이 외국분들이다. 외국 팔로워는 콜롬비아가 가장 많고, 멕시코 페루 코스타리카 베트남이 뒤를 잇는다. 캐롬 종목이 인기 있는 나라들이다. 그 가운데 베트남은 3쿠션과 더불어, 1쿠션이 활성화된 나라이기도 하다. 현재 1쿠션 예술구 영상은 딱 하나 만들어봤다. 기회가 된다면 더 제작해보고 싶다. 참고로, 제 주특기가 1쿠션이다.
▲인기를 실감한다고.
=생일마다 축하 댓글이 500개 이상 달린다. 그 댓글에 답글 달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하하.
3쿠션 잘 치려면 4구도 쳐야 선택 폭 넓어져
7년간 매년 고교생 100명씩 무료로 당구강습
=감사한 일이다. 아마 (영상의 샷이) 선수들이 생각 못한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체스는 대회장에서 만난 나를 보고는 “빌리어드 아티스트”라며 잘 안다고 해주더라. 감격스러웠다. ‘세계 예술구 챔피언 출신’ 멕시코의 로베르토 로하스와는 SNS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다. 그는 내 멘토다.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 예술구에 관한 조언을 구하지는 못했다. 너무 대단한 분이라, 차마 입이 안 떨어지더라.
=제가 처음 영상을 올렸던 2014년에는 코스타리카 분이 유일했다. 현재 70대라고 알고 있다. 그만큼 직접 예술구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우리나라도 아마 내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현재는 스페인 콜롬비아 멕시코 등 국가별로 1명씩 헤비 업로더가 있다. 그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경쟁하는 사이다.
▲예술구 영상으로 하는 경쟁이란.
=더 멋진 샷을 구상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끌어치기를 멋지게 쳤다면, 나는 그것보다 더 멋진 샷을 구상해 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스페인의 예술구 유명인 ‘파코’(이 대표가 부르는 애칭, 이름은 Paco Gonzalez Soto)는 가끔 내 샷을 카피한 영상을 올리더라. 하하.
▲우산으로 마세(찍어지기)도 해봤다는데, 성공했는지.
=재미로 해봤다. 가능할 것 같아 해봤더니 역시 안 되더라. 그래서 우산 끝부분을 (당구큐 끝부분처럼) 손질해서 공을 찍어보니 마세가 되더라.
▲손님들의 ‘럭키샷’도 예술구의 좋은 소재가 된다고.
=그렇다. 손님들이 미스큐 하거나 큐로 수구의 엉뚱한 부분을 타격할 때, 간혹 기상천외한 ‘럭키샷’이 나오곤 한다. 이를 영상제작 때 그대로 재연해보곤 한다. 그래야 (다른나라)예술구 업로더들이 쫓아하기 힘든 샷을 영상에 담을 수 있잖나.
▲환갑의 나이에 ‘아이돌’로 불린다는데, 맞나?
=외국 분들이 댓글로 그렇게 적더라. 내가 동양사람이기 때문인지, 그들의 눈엔 내가 어려 보이나 보다.
▲유명한 예술구 인플루언서로서, 예술구에 대해 조언한다면.
=일반적인 타격 속도보다 3배 빠르게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도 좋아야 한다. 지금도 나는 팔굽혀펴기 등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또 타격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파지법도 연구한다. 어떤 손가락으로 큐를 파지하느냐, 또 어떤 방법으로 잡느냐에 따라 구질과 속도가 달라지는게 당구다.
=4구에서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사이그너가 올시즌 PBA 개막투어에서 우승했을 때 당구테이블 영향없이 섬세한 예술구 성 샷을 많이 쳤잖나. 이러한 타격 센스를 갖추려면 3쿠션만 쳐선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3쿠션과 4구를, 가능하면 예술구까지 친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샷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향후 목표는.
=지금까지 474회 제작된 영상을 500회까지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지인들이 “500개로 그만둘 수 있겠어?”라고 하더라. 나도 그 말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사실 영상제작 초반에는 3개 촬영하고 나니 아이디어가 고갈돼 난감하더라. 요즘은 오히려 아이디어가 더 많이 떠오른다. 수많은 예술구 샷을 쳐봐서 그런가보다. [이상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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