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윤 대통령 강경 발언·통일부 장관 지명은 하책 중 하책”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에 도발 구실과 명분,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 ‘만약 지금 DJ이라면?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박지원의 제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 등을 겨냥해 "북한에 도발의 구실과 명분, 그리고 핵 고도화의 시간을 주는 것은 ‘하지하책’(下之下策·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매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사상 최악의 통일부 장관(후보자)을 내정했다"며 이 같이 썼다.

박 전 원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최근 행보와 비교하면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외교 귀재답게 북·중·러 접촉 의사를 밝혔다. 특히, 북한과 대화 의사를 밝히자 북측에서도 화답했다"고 썼다.

박 전 원장은 "북·미·일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고, 중국까지 가세해 곧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국경봉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 부족 때문에 돈이 필요하고, 일본은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과 사망자 유골 귀환이 절실한 국내 문제이며, 미국 역시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저지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전 원장은 "우리 대통령께서는 구두 강경책으로 역할을 못하는 사이 북한은 ‘통일 통미 봉남’(通日 通美 封南·일본 및 미국과는 소통하고 한국은 봉쇄한다는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박 전 원장은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북한의 전략이 계속 실패했지만 다시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기회로 삼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북한에 구실 명분을 주면 안된다. 시간도 주면 북핵 시설은 증대, 기술은 향상된다"며 즉시 전향적인 대북 정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정책을 재고(하고), 통일부 장관 임명은 철회하셔야 한다. 그것이 ‘상지상책’(上之上策·상책 중의 상책)이다"라고 주장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