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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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살고 싶어요 할 수 있다면 좀 더 버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마지막 순간에 우리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 내 집, 내 침실에서 이번 주말에 친구들을 부를 거고, 마지막 목욕을 할 거예요. 아마 맥주도 한 모금 마실 겁니다. 그런 다음에 가고 싶어요."
캐나다가 2016년 의료조력 사망(MAiD)을 법으로 허용한 후, 첫 사례가 된 간부전 말기의 70대 노인 하비는 조력 사망을 신청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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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스테파니 그린/최정수 옮김/이봄/1만8000원
“죽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살고 싶어요 … 할 수 있다면 좀 더 버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 마지막 순간에 우리 아이들이 함께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 내 집, 내 침실에서 … 이번 주말에 친구들을 부를 거고, 마지막 목욕을 할 거예요. 아마 맥주도 한 모금 마실 겁니다. 그런 다음에 가고 싶어요.”
죽음을 대하는 환자와 유족의 모습은 다양했다. 한 가족은 환자를 기억할 만한 물건과 추억을 돌아가며 얘기했고, 어떤 가족은 말없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환자를 안아주며 떠나보냈다. 어떤 환자는 가족에게 마지막까지 서운함을 표시하고 훈계를 하기도 했지만, 어떤 환자는 모든 것을 용서하며 떠났다.
이들이 사실상 자살과 다름없는 죽음을 원하는 데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다. 간부전, 다발성 경화증, 흑색종 등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도 컸지만, 누군가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삶의 의미’가 되는 활동을 하지 못하는 데 대한 회의감이 컸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세상과 이별하기보다는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하는, 소위 ‘존엄한 죽음’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존엄한 죽음은 필연적으로 생명의 존엄성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책에서도 밝혔듯 캐나다 의료조력 사망은 “위중(grievous)하고 치료 불가능한(irremediable) 질병을 앓아야 한다”고 그 대상을 한정한다. 그러나 위중과 치료불가능의 경계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캐나다 역시 의료조력 사망에 거부감을 가진 약사들이 약물 조제를 거부하거나 2차 의료 기관의 의료인이 소견서 작성에 비협조적인 경우 등 현실적인 난관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국회에서 ‘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됐다. 스위스 디그니타스(비영리 조력 사망 지원 단체)에 따르면 2022년까지 조력 자살을 선택한 한국인은 3명이고, 100여명 남짓한 신청자들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랜 논란 끝에 의료조력 사망을 합법화하고 그 범위를 수정해 온 캐나다의 사례는 우리에게 참고가 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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