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 독선적 인간에 경종
생물 살기에 적합한 거대 종합체”
기존 관점 완전히 뒤집어 비판받다
차츰 신과학 선도 학문분야 부각
저자 1주기 앞두고 개정증보판 출간
가이아/제임스 러브록/홍욱희 옮김/갈라파고스/1만7500원
“그건 불가능해, 제임스.” 그가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지구의 공기 성분은 생물들에 의해서 조절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같이 말했다. 세이건은 이어서 30억∼40억년 전 젊은 태양은 온도가 지금보다 30%나 더 낮았을 텐데 어떻게 생명이 탄생할 만큼 지구가 그렇게 따뜻할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 했다.
책에 따르면, 45억년 전 탄생한 지구에는 초기 초신성 폭발이 남긴 방사능 잔해들이 치명적일 정도로 많았다. 젊은 태양의 빛은 지금보다 30%나 약했다. 생명체의 생존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고, 화성이나 금성처럼 언제라도 유독해질 수 있었다.
그러다가 35여억년 전, 지구에서 우연히 생명체들이 탄생했고, 진화를 거듭해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나왔다. 광합성 생물체는 태양광 에너지를 수확해 무한한 먹거리와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구는 외부 자극과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자가 조정 능력을 발휘하며 현재의 지구 모습을 갖추게 된 뒤 오래 유지됐다. 지구 전체를 살아 있는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 유기체로 보는 이른바 ‘가이아 이론’이다.
“우리는 가이아를 지구의 생물권, 대기권, 대양 그리고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복합적인 실체(complex entity)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가이아는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살기 적합한 물리 화학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피드백 장치나 사이버네틱 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대한 종합체라고 할 수 있다.”
가이아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 생물을 어머니처럼 보살펴 주는 자비로운 신이다. 명칭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그의 친구이자 소설가 윌리엄 골딩이었다.
지구의 자가 조정 능력은 사이버네틱 시스템의 속성을 띠고 있다고, 러브록은 분석한다. 즉, 수시로 변화하는 제반 조건들을 극복하면서 예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기계적 매커니즘으로 작용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면, 순간순간의 기후 변화를 감지하고서 땀을 흘리거나 몸을 떨거나, 피부와 사지로 뻗어 있는 혈관의 혈류량을 조절하는 몸의 여러 요소와 기능을 활용해 36∼37도 사이의 적정 체온, 항상성을 유지하는 우리 몸의 사이버네틱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러브록의 주장은 지구에 대한 기존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처음에는 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비판에 직면했다.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자 자크 모노조차 자신의 책에서 러브록을 전일주의자로 규정한 뒤 “대단히 우매한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진실은 늘 나중에야 천천히 걸어오는 게으름뱅이. 제창 당시에는 가설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후반 신과학을 선도하는 주요 학문 분야로 부각됐으며, 결국 5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지구의 역사와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에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이론적 지위를 획득했다.
저자 러브록의 사망 1주기를 앞두고 2000년 개정증보판을 바탕으로 19년 만에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2016년판 서문을 추가했고, 한국어 문장을 다듬었으며, 달라지거나 틀린 용어를 바로잡았다. 가이아 이론은 도대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가이아 가설은 자연을 반드시 우리가 정복해야만 하는 본원적 힘을 가진 대상으로 간주하는 이제까지의 독선적 견해에 대한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이 가설은 행성 지구를 아무런 목적 없이 태양계 주위를 방황하는 애달픈 우주선으로 표현하는 비관적 견해에 대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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