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정쟁이 국경을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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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1948년 당시 미국 야당이던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아서 반덴버그 상원 외교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외교 문제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한 말이다.
그의 주도로 미 의회는 외교안보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반덴버그 결의'를 채택했다.
야당이 정치 현안을 두고 여당과 피 터지게 싸워도 외교안보 사안에선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힘을 실어 주는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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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행정부는 2차 대전 이후 외교안보정책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냉전이 시작되자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과 마셜 플랜을 추진했다. 하지만 고립주의를 외교정책 기조로 하는 공화당의 반대에 부닥쳤다. 미국 대외정책이 국내 정치에 휘둘릴 위기에 빠진 것이다. 반덴버그는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트루먼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의 주도로 미 의회는 외교안보정책에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반덴버그 결의’를 채택했다.
대한민국 모습은 75년 전 미국과는 딴판이다. 한국 야당은 정쟁을 국경에서 멈추기는커녕 나라 밖으로 끌고 나간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 10여명이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총리관저와 국회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오염수 괴담과 선동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키우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 활용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달 태평양도서국 포럼에 소속된 호주·피지·마셜 제도 등 18개국과 포럼 사무국에 해양법재판소 잠정 조치 청구와 국제 연대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한·태도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을 통해 오염수를 국제법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런데도 제1야당이 이 문제로 다시 태도국들과 접촉한 것이다. 국가 외교의 단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부적절한 일이다.
야당이 정치 현안을 두고 여당과 피 터지게 싸워도 외교안보 사안에선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힘을 실어 주는 게 상식이다.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야당에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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