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살아남기
위기의 순간 삶 속으로 몸 던져
테레지아 모라, ‘오필리아의 경우’(‘이상한 물질’에 수록, 최윤영 옮김, 을유문화사)
수영을 잘하게 되었으나 오필리아는 물에 뛰어들 수가 없어 대회에 나갈 수 없다. 머리로 물에 뛰어드는 건 할 수가 없다. 그런 오필리아에게 “이 안에는 익사라는 죽음이 있고 바깥에는 삶이 있지. 뛰어들어라”라고 말해 준 사람도 청소부 아주머니였다. 동네 남자아이들이 오필리아가 수영을 할 때 쥐를 풀어놓았다. 쥐는 허우적거리다 물속에서 죽었다. 술주정뱅이 수영 선생은 오필리아에게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물이 20㎝ 정도밖에 없는 수영장에서 다이빙해 부상을 당했고,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오필리아는 매일 수영을 했다. 살아남고 싶었다. 이 마을에서, 모든 적의와 폭력과 차별 속에서.
‘오필리아의 경우’가 수록된 소설집 제목이 ‘이상한 물질’인 것에 대해서 옮긴이는 이 소설집의 인물들이 이방인, 결손 가족, 장애인, 집시 등 소외된 사람들이며 어떤 집단은 이들을 “사회의 이상한 물질들”로 여겨서라고 보았다. 헝가리에서 독일 소수 민족으로 태어난 작가 테레지아 모라는 이 단편소설로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을 수상했다. 오필리아로 대표되는 ‘경우’처럼 타자성, 주변성에 대한 인간의 역할,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해서이지 않을까. 좋은 소설을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그 책을 선물하거나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처음 이 단편을 읽고 나서는 누군가에게 천천히 읽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낭독하기 좋은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까. 반복되는 현재형의 문장들,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표현들이 만들어 내는 언어적 리듬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이제 오필리아의 발에 타르를 묻혀 수영장 속으로 빠트린다. 오필리아는 무겁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여기에는 익사라는 죽음이 있고 바깥에는 삶이 있으니 뛰어들라는, 청소부 아주머니 말이 떠오른다. 오필리아는 숨을 참으며 몸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배우고 좋아했던 방식으로. 본능의 자유로움이 느껴진 순간 오필리아는 삶 속으로, 물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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