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폭력 그리고 악당과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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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액션 영화가 보여 주는 과도한 폭력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검열이 완화한 이후에 영화인들은 폭력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악당은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량한 약자를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혹은 부당한 행위를 하는 인물이다.
이런 영화 속 악당들의 언어폭력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아직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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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신세계’, ‘마녀’, ‘낙원의 밤’ 등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였지만 2016년에 발표한 ‘브이아이피’는 극중 남성 악당이 여성 인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는 현실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일어나 사회적으로 예민해졌던 상황이기도 했다. 영화든 드라마든 악당은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량한 약자를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혹은 부당한 행위를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악당에게 행사할 폭력을 처벌이나 복수로 정당화할 여건이 만들어진다. ‘브이아이피’의 경우, 여성은 남성 악당의 희생자로 묘사될 뿐이지 악당을 처벌하거나 반격을 가하는 어떤 능동적인 행위자로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에 개봉한 ‘귀공자’는 폭력과 액션의 수위에서 이전 작품들과 큰 차이는 없다. 주인공 귀공자가 보여주는 액션은 어찌 보면 슈퍼 히어로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악당으로 설정된 한국인 부자들의 태도이다. 영화에서 호경그룹의 한 회장은 사경을 헤매고 그의 아들 한 이사는 회사가 배다른 여동생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필리핀에 있는 또 다른 동생인 마르코를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이사와 여동생 그리고 이들의 수하들은 계속해서 마르코를 민족적으로 멸시하고 비하하는 호칭으로 부른다. 이런 영화 속 악당들의 언어폭력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아직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마르코와 귀공자가 악당에 맞서 싸우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 무시당하는 인물을 보고 분개해서 항의할 만한 사회 집단이 세력화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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