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인종 우대’ 정면 충돌한 美 흑인 대법관 2명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6. 3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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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토머스 “개인 성취에 대한 모욕”
진보 잭슨 “인종차별 보는 것마저 거부”
대법원 조만간 바이든 ‘대출 탕감’ 공약 존치 여부 결정
지난해 10월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 대법원 건물에서 대법관들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의 부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 존 로버츠 대법관(대법원장),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윗줄 왼쪽부터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 29일(현지 시각) 대학 입시에서 인종에 따라 차등을 두는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대법관 9명 중 흑인 대법관 2명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정면 대립했다.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연방 대법관이자 대법원 내 ‘최고참’인 클래런스 토머스(75) 대법관은 위헌 의견을, 지난해 7월 최초 여성 흑인 대법관으로 취임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53) 대법관은 합헌 의견을 각각 냈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 토머스 대법관과 진보 측 흑인 여성인 잭슨 대법관이 서로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상대방의 철학을 적나라하게 공격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토머스는 홀리크로스대 영문과와 예일대 로스쿨을 나왔고, 잭슨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판사 모두 인종차별을 겪은 흑인 가족에서 자랐고, 모두 엘리트 로스쿨에 들어갔지만 법의 해석은 정반대였다”고 했다.

토머스는 이날 “특정 인종의 입학을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무분별한 정책”이라는 보충 의견을 내며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잭슨의 의견을 두고 “개인의 성취에 대한 모욕이며, 영구적인 희생자가 되기보다는 장벽을 뚫고 나아가려는 젊은이들의 마음에 암적(cancerous)인 영향을 준다”고도 했다.

잭슨은 의견서를 통해 토머스 대법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 사회에는 ‘걸프만 크기의 인종 격차’가 있다”며 “인종(구분)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종과 연결된 차별을 해결하기는커녕 보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토머스 판사는 일일이 거론하기엔 너무 많은 논리의 오류를 점화시키고 있다”며 “오늘 내린 판결은 미국에서 인종에 따른 격차를 없애는 것을 막는 역설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7월 초 휴정을 앞둔 대법원이 다른 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관들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은 조만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규모 대학 학자금 부채 탕감 공약을 행정명령으로 시행할 권한이 있는지를 판결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결혼식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는지도 조만간 판결한다.

클래런스 토머스 미국 연방대법관. /AFP 연합뉴스
커탄지 브라운 잭슨(왼쪽) 미 연방대법원 신임 대법관이 작년 7월 워싱턴DC 대법원 청사에서 남편 패트릭 잭슨이 들고 있는 성경에 손을 얹고 전임자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 앞에서 선서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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