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정몽헌 20주기 금강산 방문 추진… ‘北 화답’ 주목

남북관계 악화 속 금강산 내 남측시설 철거…국경 봉쇄도 계속
北이 초청장 보낼 경우 정부도 인도적 목적으로 승인 가능성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열린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와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 씨 결혼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이 오는 8월 4일 고(故) 정몽헌 회장의 20주기에 맞춰 방북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현 회장 측이 8월에 방북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대북 접촉신고를 지난 27일 통일부에 제출했다"며 "신고서를 검토해 절차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접촉신고는 우리 국민이 북측을 만나기 전 정부에 그 계획을 신고하는 절차다. 신고제이지만 사실상 승인제에 가깝다. 신고 요건에 부합하면 원칙적으로 7일 이내에 수리된다.

현 회장 측은 ‘정몽헌 회장 2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 방문 차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접촉할 계획’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신고가 수리되면 현대는 아태평화위와 접촉해 방북 초청장을 받고, 이 초청장으로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신청해 받아들여지면 방북할 수 있다. 현 회장은 2018년 이런 절차를 거쳐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방북 성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북한이 현 회장의 방북을 위한 초청장을 보낼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은 남측과 ‘강 대 강’ 대치 속에 최근 해금강호텔 등 금강산의 현대아산 시설을 무단 철거하고 있다. 또, 코로나19에 따라 2020년 초부터 이뤄진 국경봉쇄를 아직 풀지 않고 있다. 국경 봉쇄 이후 북한 입국이 확인된 사례는 북한 주재 중국대사 정도다.

다만, 현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네 차례나 독대하는 등 북한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북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이 현 회장에게 초청장을 보낸다면 정부도 인도적 목적의 방북인 만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남북 간 소통이 완전히 막힌 상황에서 북측 의중을 파악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방북을 승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