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간 아빠가 곤충 잡고 왔어요...‘바깥일은 남자’ 비튼 새로운 가설 [Books]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류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100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조차 어려운 현대에 누구도 목격한 적 없는 수백만년 전 과거의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인류학과 고생물학, 고고학 등이 새로움을 쌓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과거를 파헤칠 뿐인 학문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고인류학자들은 꾸준히 인류의 역사를 찾아 헤맨다. 한국인 최초 고인류학 박사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에서 고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상희 교수도 그중 하나다. 그는 이 책에서 고인류학은 고리타분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 꾸준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고인류학자 줄리 레즈닉의 ‘곤충식(食) 가설’이다. 고인류가 필요로 했던 많은 열량을 곤충을 통해 얻었다는 가설로, 현재 주류로 자리 잡은 ‘사냥 가설’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것은 단지 고인류를 ‘사냥하는 인간’에서 ‘곤충을 잡아먹는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남성이 가족의 동물성 먹거리를 얻기 위해서 사냥에 나서고, 여성은 집을 지키고 식물성 먹거리를 확보하거나 양육을 담당하는 경제 분업 가설이 송두리째 와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인류에 대한 가설 하나가 흔들리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인식 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생 인류가 구축한 사회의 규칙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고인류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서 곤충식 가설과 같은 놀라운 변혁의 가능성을 담담하게 제시한다.
고인류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료가 등장하고, 이미 발견된 시료에서도 과거에는 읽을 수 없었던 것을 읽어낼 수 있게 되면서 성장하는 학문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고인류학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고인류학의 변화에 따라 우리 인류와 인류사가 끊임없이 흔들리기에, 우리가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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