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없는 기술의 진보… 과연 인간 행복의 열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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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진화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더 나은 기계의 도입은 거의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진다'고 봤고, 오랜 시간 많은 경제학자는 기술의 진보를 찬양했으며 이를 막을 수 없는 필연적 과정으로 여겼다.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은 기술 진보의 덕이 아니라, 이런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제도와 규제를 바꾸려 투쟁한 결과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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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진보/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김승진 옮김/생각의 힘/3만2000원
기술의 진화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이를 놓고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얘기한다. 증기 기관의 발명, 자동차의 대중화,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인류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기계의 보급으로 인한 무조건적 자동화는 인간의 역할을 그만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혹은 중요한 역할을 기계가 대체하고 인간은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로 내려가게 했다.
기술 진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인류 평균으로 나누면 플러스일지 몰라도 증가의 과실을 모두가 똑같이 나누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과거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 말의 사용 확대, 개량된 수차와 풍차의 등장에도 농민은 거의 아무런 소득 증가를 보지 못했다. 생산량의 증가는 농작물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수차와 풍차, 말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늘었기 때문이다.
선박 설계 발달로 인류가 대양을 가로지르게 되자 유럽인 일부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아프리카 흑인 수백만 명이 노예로 납치돼 끔찍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현실을 들여다보자. 인류는 지식의 발달 속에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그 결과 과거엔 고등학교만 나와도 쉽게 취업이 가능했지만, 이젠 일부 고학력자만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다수는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구하거나 실업자가 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생산성이 높아졌는데,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저자는 생산성이 오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이득을 얻은 시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은 기술 진보의 덕이 아니라, 이런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제도와 규제를 바꾸려 투쟁한 결과라고 역설한다. 이 노력을 게을리하는 순간 기계와 인공지능(AI)은 많은 인간의 자리를 쉽고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
저자가 대안의 하나로 제시한 최저임금에 대한 관점은 흥미롭다. 최저임금이 불평등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기술의 방향이 자동화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제도적으로 제한이 없다면 기업은 고용 대신 자동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음식점 등에서 고용을 줄이고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만, 명쾌한 해법은 아니다. 권력과 진보의 관계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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