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FA’ 조상열, “몇 년 더 선수 생활하고 싶다”
조상열은 2012~2013시즌 창원 LG에서 데뷔했다. 2013~2014시즌까지 두 시즌을 활약한 뒤 입대했다. 일반적인 국군체육부대(상무)가 아닌 현역(육군사관학교 조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입대 전에는 식스맨으로 종종 코트에 섰지만, 병역의 의무를 해결한 이후에는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2018년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부산 KT(현 수원 KT)로 이적했다. 2020년 두 번째 FA 때 KT와 1년 재계약을 맺었다.
2021년 세 번째 FA 시장에 나온 조상열은 은퇴 기로에 섰다. 인천 전자랜드가 조상열의 은퇴를 3년 뒤로 미루는 계약을 제안했다. 전자랜드는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바뀌었다.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첫 두 시즌에서 34경기와 33경기를 출전했던 조상열은 가스공사 유니폼을 입고 36경기와 32경기에 나섰다. 두 시즌 연속 30경기 이상 출전한 건 두 번째다.
차바위, 박지훈과 함께 가스공사 최고참인 조상열은 데뷔 후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2023~2024시즌을 제대로 치르면 또 한 번 더 FA 자격을 얻는다.
주축으로 활약하는 선수라면 또 한 번 더 대박을 기대할 수 있지만, 출전 기회가 많지 않는 고참에게 FA는 은퇴의 기로에 서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과 같은 활약을 해준다면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조상열은 지난 시즌 평균 17분 16초 출전해 4.56점 1.47리바운드 1.2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0.4%(36/89)를 기록했다. 출전시간부터 3점슛 성공률까지 언급한 5가지 기록 모두 데뷔 후 최고 성적이다.
지난 28일 오전 경북대학교 운동장 트랙에서 훈련을 마친 뒤 조상열과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조상열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28일 오전 훈련에서는) 열심히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후배들과 같이 뛸 수 없는 나이가 된 거 같다(400m부터 거리를 200m 가량씩 늘리며 1600m까지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달림). 같이 하려고 하는데 속도가 늦어서 같이 하면서도 안 빠지려고 했다. 오늘(28일)은 처졌다(웃음).
팀 분위기가 바뀐 가운데 훈련 중이다.
지난 시즌에 우승후보라고 했는데 9위라는 정말 많이, 많이 아쉬운 성적이 났다. 이번에는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선수들이 기 안 죽으려고 하고, 어차피 더 떨어질 곳도 없으니까 차근차근 올라가자고 한다. 감독님께서도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대신 우리가 그걸 역이용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팀 분위기가) 좋은 거 같다. 운동할 때,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으샤으샤 하려고 하고, 선수들끼리 뭉쳤으면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고참과 어린 선수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수비를 세밀하게 훈련 중이다.
지금까지 훈련과는 다르다. 바로 윗단계로 가면 어린 선수들이 못 따라올 수 있어서 기초 단계부터 하나, 둘, 셋 차근차근 올라간다. 이게 맞는 거 같다. 수비가 부족한 선수도 있고, 많이 알아도 이전 프로그램에 맞춰진 선수들도 있다. 하나씩 하니까 잘 된다. 이것(기본)도 안 되는데 바로 윗단계로 가면 합이 잘 맞지 않을 거다. 우리 팀이 신장이 큰 팀이 아니라서 로테이션과 합이 잘 맞아야 해서 수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훈련 중인 수비를 실전에서 하려면 체력 소모가 꽤 클 듯 하다.
감독님께서 특정선수가 30~40분씩 뛴다고 말씀하시지 않고, 다같이 돌려서 뛸 거라고 하셨다.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어떤 선수는 어차피 기회가 없을 거라고 여기면서 열심히 안 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게 하시려고 하니까 선수들도 믿고 열심히 한다. 나 포함 고참 선수들도 밀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사무국에서 연봉 책정 방식을 바꿔 연봉 협상을 했다고 하더라.
LG와 KT 등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 방식이 달랐다. 이번에 연봉이 조금씩 상승해서 그 맛을 보니까 선수들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 지난 시즌 팀 성적이 낮아서 주축 선수 외에는 대부분 삭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식으로 연봉을 책정해서 (훈련하는데) 동기 부여가 된다.
조상열 선수가 가장 혜택을 본 선수라는 말이 나왔다.
어찌 되었던 감사하다. 어떤 방식으로 한 건지는 모르겠다(웃음).
작년에는 연봉 협상이 끝난 뒤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했었다. 지금은 어떤가?
작년에는 좋지 않았는데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이 불안하게 (연봉 협상하러) 들어갔는데 (연봉이) 상승되었다. 이대성, 정효근 등 고액 연봉 선수가 빠지면서 저연봉 선수들이 많아졌기에 동기부여를 하려는 의도가 큰 거 같다. ‘지난 시즌에 많이 뛰지 못했지만, 우리가 믿고 이렇게 (연봉을 책정)했으니까 이번에는 보여달라, 열심히 해달라’는 거 같아 선수들도 기분 좋게 훈련한다.
아이제아 힉스와 앤서니 모스 선수라고 들었다. 힉스 선수는 엄청 좋게 생각했다. 그 때 삼성의 선수들이 탄탄하지 않아서 활용을 하지 못한 듯 하다. 힉스 선수가 다른 외국선수에 비해 헷지나 도움 수비 등 수비가 좋아서 우리 팀이 준비하는 압박과 로테이션 수비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스 선수도 막바지에 다랄 윌리스 선수가 빠졌을 때 혼자서 30~40분을 뛰는 걸 보니까 2옵션으로 공격력과 활동량이 좋다. 머피 할로웨이와 데본 스캇 선수도 좋은 선수였지만, 활동량에서 모스 선수가 낫다. 팀 플레이는 할로웨이와 스캇 선수가 나을 수도 있는데 (외국선수는) 직접 겪어봐야 한다. (할로웨이와 스캇 선수가) 1.5옵션 선수들로 잘 해줬었다. 지난 시즌에는 국내선수들이 부진했었기에 할 말이 없다(웃음).
이번 시즌 목표
우리 팀이 약체로 평가 받는 게 좋다. 두 시즌 동안 우승후보라고 해놓고는 6강과 9위를 했다. 대구 팬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지금은 기대치가 떨어진 상태에서 하는 거니까 떨어질 곳도 없다. 우리가 6강을 가거나 좀 더 끈끈한 플레이를 보여주거나 재미있는 농구를 한다면 더 나은 시즌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선수들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적지 않는 나이이고 내년에 FA다. 이번에 잘 못 하면 은퇴할 수 있다(웃음). 은퇴할 위기가 있었는데 (그걸 넘긴 것처럼) 이번에도 잘 버텨서 몇 년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시는 건 차바위가 주장이지만, 나와 임준수, 박지훈에게 팀 분위기를 같이 이끌어주길 바라신다. 그런 부분에서 해준다면 나도, 팀도 좋을 거다. 경기 때는 지난 시즌과 똑같이 수비에서 도와줘야 한다. 김낙현이 오니까 낙현이와 이대헌을 믿고 두 선수에게 잘 맞춰주면 될 거 같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이청하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