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힘드신데 제가 정신 안 차리고”… 체중 30㎏에 온몸 멍든 채 숨진 12세 일기장엔…

현화영 2023. 6. 30.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살해 혐의' 40대 계모 재판서 피해아동 일기장 공개
최근 출산한 아이 안은 채 출석한 계모 “일기장에 잘못했던 것 돌아보면서 쓰도록 해서…”
학대 사실 인정하면서도 양육 노력을 했고 범행 당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주장
계모와 친부 학대 끝에 사망한 12세 초등생의 외모 변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갈무리
 
몸무게 29.5㎏, 온몸에 멍이 든 상태에서 사망한 12세 초등학생이 생전에 작성한 일기장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인천지법 형사 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여성 A(43)씨의 3차 공판을 30일 진행했다.

A씨의 의붓아들이었던 B군(사망 당시 12세)은 지난해 6월1일 계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당하고도 되레 자신을 자책했다.

B군은 일기장에 “어머니께서 오늘 6시30분에 깨워주셨는데 제가 정신 안 차리고 7시30분이 돼서도 (성경을) 10절밖에 안 쓰고 있었다”며 “어머니께서 똑바로 하라고 하시는데 꼬라지를 부렸다”고 적었다.

이어 “날마다 성경 탓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잠을 못 주무셔서 힘드신데, 매일매일 6시30분에 깨워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7시40분까지 모르고 늦게 나왔다”며 “어머니께서 제 종아리를 치료하시고 스트레스 받으시고 그 시간 동생들과 아버지께서도 힘들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B군은 같은해 12월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라거나 “의자에 묶여 있었다” 등의 내용을 일기장에 쓰기도 했다.
12살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 A씨(왼쪽)와 친부 C씨가 지난 2월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법정에선 A씨가 B군의 눈을 헤어밴드로 가린 채 의자에 결박하고, 장기간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들어 있는 B군의 모습 등이 담긴 홈캠 갈무리 장면도 공개됐다.

A씨는 최근 출산한 신생아를 가슴에 안은 채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B군의 일기장 내용에 관해 “가족들과 나들이 가는 날도 있고 여러 날이 있었는데, 일기장에는 일부 내용만 쓴 것 같다”며 “일기장에 잘못했던 것 돌아보면서 쓰도록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B군을 학대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양육 노력을 했고 범행 당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정신·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감당이 안돼 시댁에 내려가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었고, 유학도 추진하고 있어서 남편과 의논해야 하는데 크게 대화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 하면서)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나 피아노 등 음악 공부를 많이 했다”며 “학습지도 하고 공부도 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공부보다 하고 싶은 거 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3월9일부터 올해 2월7일까지 11개월에 걸쳐 인천시 남동구의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가 B군을 처음으로 학대한 건 지난해 3월9일로 조사됐다. 그는 B군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드럼 스틱으로 종아리를 10회가량 때렸다. 학대 강도는 점점 강해졌고, 빈도도 잦아졌다. 플라스틱 옷걸이, 선반 받침용 봉 등으로 B군을 때렸고, 연필로 B군의 다리와 몸을 수십회 찍기도 했다.

B군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성경 필사’를 시키면서 학대는 더욱 심해졌다.

새벽에서 아침, 성경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시간 동안 벽을 보고 무릎을 꿇고 있게 하거나, 5시간 동안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성경책 필사를 하도록 하기도 했다. 아침 반성 시간에 방 밖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눈을 가리고 의자에 묶어 둔다거나, 감시용 홈캠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무릎 꿇고 벌을 세우기도 했다.

친부인 C씨는 이런 A씨를 말리기는커녕 ‘가정불화의 원인’을 아들 B군으로 지목,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채로 B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의 장기간에 걸친 상습 학대에 10살 때 38㎏이던 B군은 사망 당일 몸무게가 29.5㎏으로 줄어 있었다. 그의 온몸에선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A씨는 B군이 숨지기 며칠 전에도 전신을 수십회 때리고 16시간 동안 의자에 묶어뒀다. 결국 B군은 이어진 학대와 내부 출혈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됐다. 아이는 끝까지 A씨의 팔을 붙잡으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지만, A씨는 B군의 가슴을 양쪽으로 밀쳤다. 이에 뒤로 넘어진 B군은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고, 결국 사망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