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정치부회의'…정회원과 함께한 '3372일'간의 기록
네, 오늘(30일)도 뉴스가 참 많았는데요. 여기까지 정리를 하고요. 어제 예고해 드렸던 대로 오늘이 정치부회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입니다. 기자들이 진행하는 정통 시사 뉴스의 원조죠. 늘 중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정회원분들과 함께 했던 다정회의 지난 10년을 박준우 마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9년 2개월 27일, 481주 5일, 3372일. 정치부회의, 우리가 함께한 시간
국가대표 뉴스쇼 정치부회의, 매일 오후 5시 정회원 여러분의 곁을 든든히 지켜온 시사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죠. 9년 2개월하고도 27일, 길게 보면 마라톤이지만 하루 하루는 100m 달리기였습니다. 전력질주하는 심정으로 총 3372일을 달려왔는데요. 그리고 이제 레이스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습니다.
[박준우/당시 야당 반장 (2020년 12월 7일)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오늘을 예견이라도 한 걸까요? 제가 정치부회의에 온 첫날, 발제의 첫머리가 바로 이형기 시인의 '낙화'였습니다. 낙화가 아름다운 건 인고의 시간을 지나 봉오리를 맺고 활짝 피어났던 시기도 있었기 때문일 텐데요. 저희도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 정치부회의가 걸어온 길을 훑어볼까 합니다. 이름하야 '정치부회의 실록'인데요. 먼저 첫번째 챕터, #다정회 변천사입니다.
[최상연/당시 부장 (2014년 4월 7일)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JTBC 보도국 정치부장 최상연입니다. '보고합니다 4시 정치부회의'는 제목 그대로 저희 정치부 기자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오후 4시면 그날 뉴스가 어지간히 나오죠. 저희가 하루 종일 어떻게 현장을 누볐는지, 또 취재한 재료는 어떻게 요리하는지 4시 회의에서 날 것 그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정회, '보고합니다 5시 정치부회의'의 약자인데요. 사실 출발은 다정회가 아니라 네정회였습니다. 2014년이면 거의 만물박사급의 패널들이 낮 시사 프로를 점령하고 있던 때였는데요. 네정회는 오로지 기자들만 출연해 팩트 위주로 뉴스를 전달하는 유일무이한 정통 시사 프로였습니다. 기자들의 발제와 회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콘셉트도 방송 최초였는데요.
[최상연/당시 부장 (2014년 4월 7일) : 야당에 기사가 많을 것 같으니까 야당 40초 발제 먼저 들어봅시다.]
[이성대/야당 반장 (2014년 4월 7일) : 네 야당발제 시작하겠습니다.]
[남궁욱/당시 청와대 반장 (2014년 4월 7일) : 이제 제가 청와대 출입기자라서 잘 아는데, 일말의 희망이 이제 사라진 거잖아요 이제 안 대표 어떻게 하는 거에요?]
[오대영/당시 여당 반장 (2014년 4월 7일) : 근데 제가 여당 출입기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삼포기, 안포기 이런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양원보/당시 야당 반장 (2014년 4월 7일) : 아, 제가 야당 출입하는 입장에서 저렇게 저희 출입 정당의 대표 이름을 가지고 저렇게 장난치듯 얘기하시니까 제가 반박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정치부회의에서 다룬 주요 발제는 실제로 당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종합뉴스 큐시트에 반영됐죠. 프로그램 간 원활한 상호작용이 돋보였는데요.
[다음은 야당 '거세지는 안대희 전관예우 논란' 뉴스9에서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손석희/당시 앵커 ('뉴스9' / 2014년 5월 27일) : 이번에 또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법조계 전관예우는 지속적으로 논란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종종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썰'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흥미 요소였죠. 소소하지만 쏠쏠했습니다.
[오대영/당시 여당 반장 (2015년 11월 5일) : 박진 의원이 받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얼굴 표정을 보면서 그 통화를 했다는 거예요. 그 순간 자체가 굉장히 난감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최상연 앵커가 진행한 2년이 프로그램의 기틀을 다졌던 시기라면 그 이후는 도약기였습니다. 바로 이분이 등장한 뒤부터였죠.
[이상복/당시 부장 (2015년 12월 14일) : 오늘부터 정치부회의 진행을 맡게 된 이상복 정치 2부장 입니다. 그동안 정치부회의가 지켜온 공정함, 그리고 비판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누구나 초년병 시절은 있나 봅니다. 잔뜩 얼어있는 AI '이상봇(Bot)'의 모습이 사뭇 인상적인데요. 일취월장한 진행 능력을 바탕으로 다정회의 전성기를 이끌었죠. 무엇보다 반장들이 구성하는 집중발제의 재미와 완성도도 덩달아 높아졌는데요.
[정강현/당시 여당 반장 (2017년 4월 18일) : 두 사람이 마치 도장 깨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이렇게 전자오락에서 많이들 해보셨던 게 도장깨기죠. 물론, 무술의 달인 이상복 부장은 실제로 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고석승/당시 야당 반장 (2018년 8월 31일) : 금요 고다방 시간입니다. 하태경 의원이 사연보내왔습니다.]
노래 한 곡 신청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나훈아 형님의 '그냥 가세요'
-신청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누구보다 빠른 속보 반영으로 시의성도 강화했습니다. 아웃사이더도 울고 갈 속도였는데요.
무려 1481일의 장기 집권을 이어간 복국장, 2020년 1월을 끝으로 권좌에서 물러났죠.
[박성태/당시 부장 (2020년 1월 6일) : 저는 오늘부터 이곳 5시 정치부회의에 새로 진행을 맡은 박성태 정치부회의 부장입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습니다. 불과 4개월여만에 복국장 집권 2기가 시작됐는데요.
[이상복/당시 국장 (2020년 5월 18일) : 5월 18일 정치부회의 시작합니다. 복 국장이 왜 가기서 나와, 많이들 놀라셨죠? 지난주 예고드린 대로 오늘부터 새 스튜디오에서 새롭게 출발합니다.]
다정회의 살아있는 삼엽충 복국장, 이렇게 그는 셀 수 없는 운영진을 떠나보냈습니다.
집권 2기에는 말 그대로 대개편이 이뤄졌습니다. 출입처 반장제를 폐지하고 각 기자들의 개성을 살린 코너제를 채택했는데요. 한층 참신한 스토리텔링으로 호평을 받았죠. 깊이 있는 분석은 덤이었습니다.
다정회하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역시나 '개그'죠. 뉴스의 예능화를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정치부회의 실록 두번째 챕터는 #애드립 흑역사입니다.
[양원보/당시 반장 : (복 부장 옆에 서서) 부장, 제가 여기 서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이상복/국장 : 뭔데, 또.]
[양원보/당시 반장 : 제 귀에 도청장치!]
다정회에 흐르는 수맥 탓일까요? 원래부터 정신줄을 놓은 기자들이 오는 건지, 아니면 다정회에만 오면 정신줄을 놓는 건지 선후관계는 모르겠지만요. 몹쓸 드립과 패러디 향연이 펼쳐졌죠.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대한민국 성대모사계의 하향 평준화에 앞장선 건데요.
[최종혁/당시 반장 (문재인 성대모사) : 문재인이고요. 대전은 동북아의 실리콘 밸리 4차산업혁명특별시로 육성하겠습니다
[양원보/당시 반장 (안철수 성대모사) : 저도 대전을 4차산업혁명특별시로 만들겠습니다.]
[정강현/당시 반장 (홍준표 성대모사) : 거 양 반장, 최 반장 보지 말고 이야기를 해야지. 그거 밑에 보고 그러면 되나, 그게]
정회원 여러분의 안구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도 다반사였죠. 잔망스러운 몸짓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다고 딱히 고막 건강을 신경써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정회의 무대는 스튜디오만이 아니었습니다. 운영진 모두 발로 뛰는 기자를 자처하며 사서 고생도 마다했죠. 정치부회의 실록의 마지막 챕터 #운영진 수난사입니다.
[양원보/당시 반장 : 지금 여기 보시면 국회 본청에 민원인들이 출입하는 후문쪽입니다.]
[신혜원/당시 반장 : 벌써 이렇게봄 기운이 물씬느껴지는데요.]
결국 그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 맙니다. 사실 선을 넘은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선 넘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운영진의 덕목이었는데요.
[류정화/실장 : (강아지) 기르시잖아요?]
[우상호 :성은 우씨 이름 봄]
[류정화/실장 : 가족끼리 닮는다는 이런 얘기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상호 :제가 강아지과로 보이시나요?]
[박준우/반장 : 혹시 월급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준석 : 당대표는 월급보단 당비가 있죠. (당비가?) 당비를 내죠 제가 최고위원일때도 당비만 냈습니다.]
[박준우/반장 : 그럼 비트코인으로 버신 돈으로 메꾸시는 거에요?]
[이준석 : 비트코인으로 벌었다기 보다는 방송 활동으로 벌었던 것들]
'뻗치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취재 대상을 하염 없이 기다리는 일이죠. 뻗치기에 얽힌 잔혹사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자, 이렇게 정치부회의 실록을 모두 살펴봤는데요. 막상 이렇게 덮으려니 못내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럼에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낙화처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그간 다정회를 거쳐간 운영진 14명과 특별 게스트 한 분이 꾸며주셨는데요. 이 분들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혹시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인사하죠. Good morning Good afternoon and Good night."
-영화 '트루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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