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 누적 강수량 342.5㎜…산사태로 14개월 아기 숨져
지붕·다리 붕괴…잇단 정전·단수
전남·경북 주택 침수에 주민 대피
제주도 사흘간 강수량 200㎜ 예보
“평생 살면서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거는 처음 봅니다. 처음….”
30일 오후 권남석 경북 영주시 상망동장은 영주에서 60년을 살면서 이번 같은 폭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권 동장은 “우리 동에만 수십채가 물에 잠겨 다들 경로당에 피신해 있다”며 “산사태로 이웃집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에 모두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망동 한 야산에서는 이날 오전 4시40분쯤 빗물에 휩쓸린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치면서 14개월 된 영아가 매몰돼 숨졌다. 산 아래에 있는 이 주택은 산사태로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허물어져 있었다. 영주소방서 관계자는 “빗물에 쓸려온 토사가 집 벽을 부수고 아기가 자고 있던 방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며 “굴착기 등을 동원해 2시간 만에 아이를 구조했지만 안타깝게 심정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주택에는 숨진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 3대 일가족 10명이 살고 있었다. 이번 산사태로 이 마을 15가구 주민 43명이 인근 경로당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최근 여름철 강수 유형이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물폭탄’으로 바뀌면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경북 영주는 누적 강수량 342.5㎜, 전남 신안 156㎜, 강원 춘천 140.9㎜, 충북 영동 120㎜, 전북 익산 108㎜, 충남 금산 105.1㎜를 기록했다.
이번 비 때문에 경북과 전남 등에서는 302가구 430명이 대피했다. 시간당 20~60㎜ 강한 비가 쏟아진 경북에서는 비 피해 123건이 접수됐다. 영주 시가지 도로는 물론 아파트단지와 주택가 골목길도 물바다가 됐다. 영주 봉현면에 있는 다리는 집중호우로 불어난 하천물을 견디지 못하고 엿가락처럼 휘어져 부러졌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토사가 밀려 들어와 주차된 차량 5대를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봉화군 4개 읍·면에 주택과 도로 등 침수피해가 30여건 났고, 법전면에서는 차량 5대가 빗물에 떠내려갔다. 선로 유실로 영주~동해 간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봉화군에서는 50가구에 거주하던 주민 54명이 침수나 산사태 등을 피해 일시 대피했다.
며칠 전 하루 동안 7월 한 달치 강수량(274.6㎜)이 쏟아진 광주광역시에는 밤사이 폭우로 동구 계림동 한 아파트 단지 3개 동에서도 정전과 단수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1일 오전까지 사흘간 전남권·제주도는 100~200㎜, 경남권은 50~120㎜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김현수·김창효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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