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할머니들 결이 다른 ‘살인 원팀’[책과 삶]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
로절린드 스톱스 지음·류기일 옮김
문학동네 | 408쪽 | 1만6500원
주인공은 일흔 살이 넘은 할머니 세 명과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열일곱 살 소녀 한 명이다. 할머니들이 아침 필라테스를 하고 카페에 모여 커피를 마실 때 소녀가 카페로 도망쳐 들어온다. 두꺼비를 닮은 남자가 소녀를 쫓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소녀를 숨겨준다. 소녀는 남자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남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영국 작가 로절린드 스톱스의 장편소설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는 살인 초보자인 할머니 세 명과 소녀 한 명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제목과 달리 트릭이나 스릴보다는 네 주인공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에 집중한다. 아주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주인공들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깊이를 만든다. 잔혹한 장면은 사실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에둘러 표현한다.
할머니들은 누군가를 해칠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뱄고, 자신의 말이 상처를 입힐까 안절부절못한다. 이들은 각자 타인에게 말하지 못할 괴로운 기억을 묻어두고 살아왔다. 경제적 계급도 인종도 다르지만 살인 모의를 계기로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터놓는다.
조용한 ‘메그’는 오랫동안 남편에게 학대당했고 환청을 듣는다.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대프니’는 수감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호탕한 웃음이 어울리는 ‘그레이스’는 교사 시절 한 학생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소녀 ‘니나’도 어머니에게 버림당해 보호시설에서 살아왔다.
소설 전반에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연대 의식이 드러난다. 소수자에 무관심한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담겼다. 2022년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매년 최고 추리소설에게 수여하는 골드 대거 상 후보에 올랐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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