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가진 사람들의 말도 위험해졌다[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6. 30. 21:16
‘말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사람의 존엄성을 상처 입히는 언어가 발화되어 생활 영역에 뒤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감각이 흐려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말도 어딘가 위험해졌다. 대화를 일방적으로 끊거나, 설명을 거절하거나 책임을 흐리거나, 대립을 부추기는 말을 어떤 망설임도 없이 내뱉는다.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ㅁ, 배형은 옮김) 중
일본의 문학연구가 아라이 유키는 장애인, 환자, 워킹맘, 여성해방 운동가, 괴롭힘 피해자가 겪은 혐오, 모멸, 폭력, 차별의 말 같은 ‘파괴의 말’을 들여다본다. 빼놓을 수 없는 건 “ ‘너 같은 건 나한테 알기 쉬운 존재가 되어라’는 오만함과 이웃 관계”의 말인 ‘요약’이다. 지금 세상엔 “빠르고, 짧고, 이해하기 쉽고, 흑백이 분명하고, 적과 우리 편을 구별하기 쉽고, 감정을 간단히 정리”하는 ‘안이한 요약주의’의 말들만 대접받고, 넘쳐흐른다. 이런 요약에 인간의 재해를 숫자로 환산한 데이터도 들어간다.
저자는 “깔끔한 말로 정리할 수 없는 인생을 사는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다른 사정의 고통”에 주목한다. “날마다 갱신되는 숫자 뒤에는 ‘요약’ 따윈 할 수 없는 인생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구원의 말은 이 다짐에서 나오고, 퍼질 것이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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