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당신의 ‘그 책은’ 무엇인가요[그림책]
그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김영사 | 200쪽 | 1만6800원
어느 왕국에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 왕은 두 남자에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진귀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와 다시 들려달라고 지시를 내렸다. 두 남자는 책 여행 길을 떠나고 1년 후 돌아와 왕에게 그동안 수집한 책 이야기를 하룻밤씩 번갈아가며 들려줬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드처럼.
모든 이야기의 첫 문장은 “그 책은”으로 시작된다. 치타만큼 빠른 책, 농구공처럼 튀어오르는 책, 국민을 세뇌시키려는 책, 턴테이블처럼 낭독을 하는 책, 로맨틱한 책, 신비한 책, 실 없는 책 등 기상천외한 모습의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 책’의 상상력은 상상초월이다.
일곱째 날 밤 이야기는 <그 책은>에 수록된 글 중 가장 길다. 그림책 작가가 꿈인 소년과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년과 소녀는 교환일기를 쓰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간다. 청춘영화 한 편을 보여주듯 써내려간 이야기는 독자에게 과거의 어느 날을 소환한다. 아홉째 날 밤의 ‘그 책은’ 새하얗다. 시한부의 아버지가 훗날 자신이 자리하지 못할 딸의 결혼식을 위해 쓴 영상편지다. 딸은 결혼식장 스크린을 통해 아버지를 보면서, 아빠의 따뜻하고 커다란 손을 떠올린다. 앞선 이야기에서 실소를 터트리게 했던 ‘그 책은’ 이제 눈물샘을 꾸욱 누른다. 두 남자의 이야기는 열셋째 날 밤에 멈춘다. 왕이 “역시 책은 재밌군”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세상에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실은, 가닿지 못한 책들이 별만큼이나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 책을 읽고 웃을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 책을 친구에게 추천할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냄비 받침으로 쓸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 책이 재미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 책을 어떻게든 완성할 것이다’. 두 남자는 책이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말하고 책이라는 물건의 쓸모에 대해 고민한다. ‘그 책은’ 결국 이 세상 모든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을 떠돌며 이야기를 모았다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는 반전도 압권이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요시타케 신스케와 개그맨 이력의 소설가 마타요시 나오키가 52개의 ‘그 책’을 번갈아가며 썼다. 만화체의 그림과 유머와 다정을 품은 글이 두 이야기꾼에 의해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그 책은>은 ‘그 책은…’으로 끝이 난다. 당신의 ‘그 책은’ 어떤 책인지 묻듯이.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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