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와 창조 차이…편집 차원에 있었다[책과 삶]
창조적 시선
김정운 지음
아르테 | 1028쪽 | 10만8000원
‘천재’이자 ‘혁신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스티브 잡스는 과연 무엇을 ‘창조’했는가? 실상 그가 바닥에서부터 직접 만들어낸 것은 거의 없다. 게다가 초기 애플은 소니를 베끼기로 유명했다.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목 폴라도 소니의 유니폼을 만든 이세이 미야케의 제품이다. 대신 그는 편집을 통해 새로운 맥락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대가였다.
‘창조의 핵심은 편집’이라는 내용을 담은 <에디톨로지>를 쓴 김정운 문화심리학자가 10년 만에 내놓은 1000쪽이 넘는 후속작 성격의 책이다. <창조적 시선>의 주된 테마는 <에디톨로지>와 마찬가지로 창조와 편집이다. 1919년부터 33년까지 운영된 독일의 디자인 학교 바우하우스를 주축으로 20세기 ‘창조’의 역사를 살펴본다.
이 책의 부제는 ‘인류 최초의 창조 학교 바우하우스 이야기’다. 저자는 ‘창조(creativity)’란 20세기에 급작스레 부상하기 시작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구글 앤그램뷰어에 검색해보면 ‘창조성’이라는 단어는 20세기 초반부터 급격히 사용이 늘기 시작했다. ‘창조성’이 대두된 계기는 ‘편집의 차원’의 발견과 ‘추상성’의 탄생과 긴밀히 연결돼있다. 창조는 “ ‘편집의 단위’가 ‘편집의 차원’에 따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얽혀들어가는 과정”이고, 그 결과물이 메타언어다.
편집이 창조라면, 어디까지가 베끼기이고 어디까지가 창조인가? 저자는 바로 이 ‘메타언어’가 생겨나는 편집이야말로 창조이고 그렇지 않은 편집은 짜깁기에 그친다고 말한다.
책 전체가 하나의 테마로 이어지기보다는 모듈형으로 어디서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편집과 창조의 상관 관계,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이야깃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봄 직하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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