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우대' 놓고 흑인 대법관들 설전..."인종만 중요하냐" vs "차별 외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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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차별 시정을 위한 소수인종 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두고 흑인 대법관들끼리 충돌했다.
잭슨 대법관은 우대 정책을 '차별 해소를 위한 조치'로 봤고, 토머스 대법관은 '또 다른 차별을 낳는 낙인'으로 해석했다.
위헌에 손을 든 토머스 대법관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으로, 소수인종 우대 혜택을 받아 1971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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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인종 격차 존재함을 왜 직시하지 않나"
“잭슨 대법관의 인종 중심적 세계관은 단계마다 실패한다.”(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토머스 대법관처럼 인종을 고려하지 말라는 건 방 안의 코끼리(실존하는 차별)를 외면하는 것이다."(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대학 입시 차별 시정을 위한 소수인종 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두고 흑인 대법관들끼리 충돌했다. 보수 성향의 남성인 토머스 대법관과 진보 성향의 여성인 잭슨 대법관이다. 대법관 9명 중 흑인은 2명뿐인데 두 사람이 소수인종 당사자 대표 격으로 맞붙은 셈이다.
두 대법관 모두 인종차별의 존재 자체는 인정했다. 잭슨 대법관은 우대 정책을 '차별 해소를 위한 조치'로 봤고, 토머스 대법관은 '또 다른 차별을 낳는 낙인'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29일(현지시간) 법정 안팎에서 이례적으로 서로의 이름까지 부르며 논쟁을 벌였다고 미국 NBC방송 등은 보도했다.
토머스 "피해자로 낙인...개인 성취에 대한 모욕"
위헌에 손을 든 토머스 대법관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으로, 소수인종 우대 혜택을 받아 1971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러나 졸업 후 구직 과정에서 “‘능력이 안 되는데 특혜로 졸업한 흑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대형로펌에서 차별당했다”고 자서전에 썼다.
토머스 대법관은 "헌법이 인종에 근거한 분류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니 특정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도 폐기돼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는 보충의견에서 “개인은 (인종만이 아닌) 각자의 고유한 경험, 도전, 성취의 총합"이라며 "중요한 것은 도전에 어떻게 맞설지를 개인이 잘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의 노력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능력주의 논리다.
토머스 대법관은 상반된 의견을 낸 잭슨 대법관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그는 “잭슨 대법관은 모든 흑인을 열등한 피해자로 낙인찍는다”며 “개인의 성취에 대한 모욕이며 장벽을 뚫고 나아가려는 청년들에게 암(癌)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잭슨 대법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바라봤다고 NBC는 전했다.
잭슨 "인종 관련 격차, 해결은커녕 지워질 것"
지난해 취임한 잭슨 대법관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다. 그는 판결이 끝난 뒤 반대의견에 첨부한 각주를 통해 토머스 대법관을 논박했다. 그는 “(인종은 결정적이지 않다는 토머스 대법관의 주장과 달리) 인종은 대학 지원자들의 고유한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종에 대한 고려를 틀어막아 차별을 종식시킬 것이란 사고는 땅에 머리만 처박은 타조가 숨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서 "엄존하는 사회적 격차의 직시조차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첫 히스패닉(라틴계)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가세했다. 그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평등을 추구하라는 헌법 정신을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히스패닉이 모여 사는 빈민촌에서 자란 여성인 내가 대법관이 된 건 교육 덕분인데, 정책적 배려가 없었다면 나는 좋은 교육을 위한 경쟁에 참여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경쟁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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