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난다고 절로 낫지 않는 파킨슨병…방치는 금물
60대 이상 환자가 93% 달해
퇴행성 질환이라 전조증상 없어
정상적 노화현상과 혼동 쉬워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호전 가능
떨림 계속 땐 뇌심부자극술 고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박모씨(62)는 길에서 택시를 잡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택시를 발견하고 손을 드는 동작이 너무 느려 택시가 지나가버릴 때도 많다. 온몸이 경직되는 증상도 심해져 항상 무거운 옷을 겹쳐 입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단순한 행동 하나하나에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파킨슨병은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중뇌에 있는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이 점차 줄어들어 행동장애가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지난해 12만547명으로, 2018년(10만5882명)보다 14%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남성이 5만1345명(43%), 여성이 6만9202명(57%)으로 여성 환자 비율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93%를 차지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손 떨림과 몸이 굳어지는 경직, 행동이 느려지는 운동완서, 보행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노화현상과 혼동하기 쉽다. 김영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 증상 중 떨림과 경직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는 드문 현상”이라면서 “고령의 파킨슨병 환자들은 신경퇴행이 빠르게 진행되며, 이 경우 약으로 조절하기 곤란하고 보행장애로 화장실 가는 것, 손 떨림과 경직으로 식사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퇴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전조증상 없이 천천히 나타난다. 중뇌 흑질의 도파민 세포 중 약 80%가 없어졌을 때 증상이 시작되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병이 악화한다. 초기에는 주로 몸의 한쪽 좌·우측에서 떨림이나 경직 증상이 생겼다가 점차 전신증상으로 넘어가고, 이후 보행장애까지 보인다. 몸의 한쪽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점 때문에 뇌졸중과도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며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반면,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고 동반 증상 역시 차이를 보인다. 신경과 전문의의 정밀한 진찰과 핵의학과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진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2~3년 이상 약물치료를 하면 약효가 발현되는 시간이 줄고 효과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또 몸이나 얼굴이 흔들리는 등의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어 이 시점부터는 수술적 치료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약물치료를 받아도 떨림 증상이 감소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 역시 발병 초기라도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는 수술은 뇌심부자극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건이 넘는 뇌심부자극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300건 이상 시행되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심부에 전극을 집어넣어 신경전달물질이 오가는 경로가 제 역할을 하도록 되돌리는 방식이다. 전기 자극은 가슴의 피부 밑에 설치하는 자극 생성기에서 전선과 전극을 통해 전달된다. 5~6㎜ 정도의 아주 작은 신경핵에 전극을 집어넣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수술이 요구된다. 완치까지는 아니지만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이 이미 심하게 진행된 환자에게는 권고하지 않는다. 진행 정도를 초기 1등급에서 말기 4등급까지로 분류할 때, 2등급 말에서 3등급 초에는 수술 효과가 좋지만 3등급 말이나 4등급이 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 비운동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수술 효과가 떨어진다. 비운동증상은 우울, 불안, 인지기능 저하, 변비, 소화불량, 수면장애, 다한증 등인데 주로 운동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에 발현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운동신경계뿐 아니라 자율신경계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어서, 뇌심부자극술로는 전신에 퍼져 있는 자율신경계를 치료하기 어렵다. 대신 약물치료 및 재활치료를 받는다.
김영수 교수는 “파킨슨병은 신경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병이 악화하고 치료도 어려워진다”며 “뇌심부자극술을 받으면 병 이전 상태로 돌아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방법과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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