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뒤 ‘정신적 외상’…한방치료로 감정 다스린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겪을 수 있는 정신적 외상 역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사망자나 신체적 부상자에 먼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사고 상황을 넘기고 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한방치료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본인이나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을 경험·목격한 이후 나타나는 일련의 정신적 반응을 가리킨다. 반복적으로 그 사건이 떠오르거나 관련된 자극을 피하려고 하며, 인지와 기분에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각성 반응이 심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거나 무슨 일에도 즐겁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며 우울해하는 등의 증상이 흔하다. 또 잠을 잘 못 자고, 자더라도 계속 교통사고 꿈을 꿔 놀라서 깨는 등의 증상도 보인다.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교통사고는 일상에서 가장 죽음과 가까이 있는 사고로 자리 잡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키기 쉽다. 정선용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교통사고로 PTSD를 겪는 환자를 보면 크게 다치지 않았어도 사고 이후 운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조수석에도 타지 못하고 뒷자리에 앉아 눈을 꼭 감고 불안을 참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증상은 사고 이후 죽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는 강렬한 감정이 기억과 결합한 상태가 화석처럼 굳어져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일어난다. 당시의 상황은 이미 끝났지만 환자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것이다. 이런 환자에 대한 치료로는 우선 현재 안전한 장소와 상황에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인지행동치료나 한의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감정자유기법(EFT)을 적용할 수 있다.
감정자유기법은 지금 고통을 주는 기억이나 감정에 집중한 다음, 인체의 혈 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경락 기능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기억이나 감정을 다시 받아들여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 경락 기능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도 효과를 미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재난 트라우마의 한의사 진료매뉴얼에도 포함된 감정자유기법은 갑자기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의 특성에 맞게 장소·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시행할 수도 있는 치료법이다. 정선용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현재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확언’과 경락 기능을 활성화하는 두드림을 통해, 사건 사고로 인해 생긴 고통을 받아들인 뒤 다시 처리해 반복 재생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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