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환 깨운 중꺾마 “버티니까 기회 왔다”
작년 16홈런 인상적 시즌 보낸 후
시즌 초 큰 부담감에 주춤 ‘2군행’
마음 비우고 나니 타격감 돌아와
6월 득점권 타율 4할, 해결사 부활
긴 어둠을 뚫고 나온 빛은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프로야구 한화 내야수 김인환(29·사진)이 올해는 비상하고 있다.
2016년 육성선수 자격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인환은 ‘낙방’의 쓴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고교와 대학 시절 두 차례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했으나 어느 구단에서도 지명 받지 못했다. 프로 입성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해서도 초반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8년에야 정식 선수가 된 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35 16홈런으로 활약해 1군에 데뷔하기도 했으나 곧 2군으로 떨어졌다. 꿈을 이어가고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지만 이마저도 합격하지 못한 김인환은 결국 배트를 놓고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2021년 군에서 전역해 한화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이 폭발하기라도 한 것일까. 공격적인 스윙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의 눈에 든 김인환은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5월 한 달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OPS(출루율+장타율) 0.851, 5홈런 등 맹타를 휘둘러 곧바로 주전을 꿰차며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16홈런을 때려내며 한화의 새로운 장타자로 자리매김한 김인환은 스물여덟 나이에 신인왕 경쟁도 벌였다.
지난해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기에 김인환의 올 시즌은 더욱 중요하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반짝하고 놓칠 수는 없었다. 김인환은 “시즌 시작 전부터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욕심과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부담 때문인지, 타선에 장타력을 보태야 할 김인환은 시즌 초반 부진했다. 4월 16경기에서 타율 0.205, OPS 0.561의 저조한 성적 끝에 2군에 갔다. 이미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김인환은 다시 올라가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마음부터 비웠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경기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기만성인 그의 야구 인생처럼 5월 다시 1군으로 온 김인환의 타격감은 더디지만 상승 곡선을 그렸다. 6월부터는 2번 타자로 나가고 있다. ‘강한 2번’을 주문한 최원호 감독의 기대를 부족함 없이 충족시키고 있다. 그는 6월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4, OPS 0.748로 살아나고 있다. 특히 득점권 기회에서 침착함이 돋보인다. 김인환은 6월 26번의 득점권 타석에서 0.409의 타율로 14타점을 쓸어 담았다. 한화가 5연승을 질주한 지난 27일 KT전의 결승타도 김인환의 손에서 나왔다.
잠시 주춤했던 김인환은 늘 그랬듯 다시 일어섰다. 이번에는 수년 만에 연승 바람을 탄 한화와 함께다.
김인환은 “야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버텼기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야구에 진심으로 다가가다 보면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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