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위터 차단' 요엘 로스 "플랫폼, 콘텐츠 더 책임져야"
“플랫폼들은 대중의 안전과 폭력 조장을 막는 데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 정지하는 결정에 관여하고, 일론 머스크의 정책에 반발해 퇴사했던 요엘 로스 전 트위터 신뢰 및 안전 부서 책임자는 ‘글로벌 팩트 10’ 마지막날인 30일 기조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정치 지도자, 극우인사의 발언 등 콘텐츠와 관련해 글로벌 플랫폼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취지에서다.
그는 “2015년 잭 도시(전 트위터 CEO)가 복귀하며 했던 존경스러운 결정 중 하나가 앱스토어 등에서 트위터의 카테고리를 ‘뉴스’로 바꾼 것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대화나 점심 먹은 걸 올리는 걸 올리는 게 아니라 현재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공익적인 목적은 분명했지만 영향력 있는 이들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야할지 균형을 잡기가 회사 입장에서 쉽지 않았고 트럼프 재임 기간 중 거의 콘텐츠 모더레이션(제재를 비롯한 조정)을 하지 않았다. 2018~2019년 정책이 만들어지며 2020년 5월 트럼프 콘텐츠에 ‘경고’ 메시지를 붙이는 최초의 모더레이션이 이뤄졌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 정지까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2021년 1월8일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고 그는 트위터에 재직 중이었다. 소셜미디어의 강력한 힘과 검열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은 당시에도 존재했다. 반면 허위정보와 폭력, 차별 발언에 대해 플랫폼들이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공존하던 상황에서 당시 트위터의 조치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세션에선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이 세계 지역별 팩트체크 기구와 펀딩, 협업을 통해 허위정보에 대응해온 것과 비교해 트위터는 회사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다른 접근을 택했는데 그 이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요엘 로스는 “메타, 구글 등과 비교해 트위터는 재정 상태보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회사이고 허위정보 대응 전략은 있었지만 예산이 실행가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팩트체커들의 평가로 허위정보란 레이블을 붙이고 메타는 손을 씻는 식으로 파트너들에게 책임을 넘기는데 트위터는 직접 하려고 했고, 레이블을 붙인다면 우리가 주체가 돼야 한다고 봤다. 우릴 비판해야지 파트너를 비판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저희가 비판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이날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펀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질문이 참가자들에게 역으로 던져지기도 했는데, 상당 참가자가 플랫폼으로부터 펀딩을 받는 현실을 두고 그는 “현재 미디어 생태계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달려있다는 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 말고 다른 펀딩 원천이 있냐를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 폭력과 관련해 그는 “소셜미디어의 원죄”란 표현도 썼다. 거의 10년 전부터 이 같은 현상을 알고 있었지만 “조직적인 괴롭힘인지 단순히 상처를 주는 말이었는지 구분이 쉽지 않았던 판단” 등으로 대처를 못했고 이에 “플랫폼의 콘텐츠 모더레이션에서 가장 큰 실패는 괴롭힘을 막지 못한 것”이란 맥락이었다. 그는 1~2년 전 메타가 이에 대응한 조치를 내놓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조된 괴롭힘, 행동에 대해 대처하고자 2016년부터 여러 기술이 나왔는데 앞으로 소셜미디어 기업이 이 문제에 대해 지속 논의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트위터 오너십이 바뀐 초기 일론 머스크는 브라질 선거 등과 관련한 소요 사태와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우려했고 트위터가 폭력의 중심에 있길 원치 않는다는, 내가 생각한 거의 그대로를 말해 놀랐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2015년 트위터의 정직원이 된 후 트위터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허위정보와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현재 직원들이 신뢰받지 못하고 업무가 평가절하되는 걸 보면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세션에선 <지역별 팩트체킹 네트워크의 부상과 변혁적 역할>에 대해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지역의 팩트체킹 네트워크 대표들이 모여 지역 내 역할, 나아가 지역 간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남미 17개국 36개 기구, 아프리카 20여개국 47개 기구, 아랍 12개국 38개 기구, 유럽 30개국 45개국이 참여한 네트워크를 각각 구성해 운영하고 있었다. 팩트체크 지망생들을 교육하고, 엄격한 기준준수를 요구하며, 지역 서밋 개최 및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는 식이다. 아시아의 경우 현재 네트워크가 구축 중인 상태로 설명됐다.
써머 첸 대만팩트체크센터 편집위원장은 이날 세션에서 “아시아포럼을 진행해 왔는데 2019년 7개국 7명의 팩트체커들과 함께 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아태 지역의 연결을 도모하고 있는 상태”라며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마핀도(Mafindo), 베라파일즈(VeraFiles) 등 타국 매체와 협업하고 있고, 교육 리소스를 홍콩, 남중국, 타이완, 몽골 등 국가와 교육 리소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에서 인도와 홍콩 팩트체커들을 만나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분과별 세션에선 국내 언론학자, 언론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 저널리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강좌가 마련됐다. 오전 11시 진행된 <네트워크 프로파간다와 팩트체킹> 세션엔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사회),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부교수, 홍주현 국민대 미디어광고학과 부교수, 정묘정 노스이스턴대 언론 및 미디어 홍보학과 조교수가 참석해 ‘네트워크 프로파간다’란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 언론환경과 맞닿은 분석내용을 공유했다. 이는 허위정보의 확산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정보 생태계 전체가 취약해지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으로, 현재 국내·외 미디어환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최지향 교수는 기성언론이 허위정보를 그대로 받아쓸 때, 보도하지 않을 때뿐 아니라 팩트체킹을 해도 “오정보에 대한 친밀감을 높여 오인식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딜레마를 설명했다. 이에 해당 정보가 일부그룹 차원을 넘어 확산할 만한 티핑 포인트가 됐는지, 이 이야기로부터 시민들이 배울 점이 있는지, 허위사실에 대응하기 위해 제안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행동이 있는지, 허위정보 공개로 더 중요한 거짓을 밝혀낼 가능성이 있는지 등 기준에 따라 보도여부를 결정하는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최 교수는 “언론이 사실이 의심되는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 정보환경에 맞는 정보확산윤리를 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오전 10시 진행된 <AI와 저널리즘: 한국의 학계, 기관, 뉴스룸의 노력> 세션에선 AI가 저널리즘 분야에서도 점차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언론학계, 언론 유관기관, 언론사 등이 참여해 저널리즘과 관련된 국내 AI 부문의 시도를 소개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자리엔 김동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디자인인텔리전스 조교수,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김태균 연합뉴스 콘텐츠 인큐베이팅팀장이 참여해 각각 <로봇저널리즘부터 자동화된 팩트체크까지>, <‘KPF-BERT’ 개발 사례와 활용방안>, <AI+뉴스룸: Feats and Failures> 등 강의를 진행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된 ‘글로벌 팩트 10’은 이로써 이날 오후 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컨퍼런스를 통해 허위정보에 맞선 팩트체커들이 얼마나 위협적인 도전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배운 반면 그 노력의 결과가 사회의 미치는 영향이 그런 도전을 넘어선다는 걸 알게 돼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진 거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매년 글로벌 팩트를 통해 스스로를 충전했는데, 연구하고 토론하고 연계가 된 이번 컨퍼런스가 모두에게 그런 에너지를 얻어가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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