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덮친 토사에 14개월 아이 숨져…대피문자는 없었다
강하고 많은 비에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늘(30일) 경북 영주에서는 산사태가 한 집을 덮쳤고 14개월 된 아이가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6시간 전 산사태 예보가 내려졌고 위험 지역 주민들에겐 대피 문자가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집은 대피 경고나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행정상 지번이 '산'이 아니고 밭, 즉 '전'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런 흙이 가득 찼습니다.
방이 있던 곳은 벽이 사라져 공터가 됐습니다.
흙을 치우기 위해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아기 장난감과 써보지 못한 기저귀는 흙 속에 나뒹굽니다.
[숨진 아이 아빠 : 그 사고가 일어나고, 신고를 한 것도 10분도 안 돼요.]
무너진 흙이 집을 덮친 건 새벽 4시 43분 쯤입니다.
3대 일가족 10명이 살았습니다.
아기와 함께 자던 방에서 아빠는 밀려드는 흙을 온 몸으로 막으려 했습니다.
[숨진 아이 아빠 : 더 매몰되지 않게끔 하려고 그 뒷벽이 또 내려오는 걸 제가 막고 있었어요. 제 팔하고 다리하고 다 끼워서…]
역부족이었고 14개월 딸은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6시간 전, 영주시에는 산사태 예보가 두 차례 발령됐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대피 경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주택 지번 주소가 '산'으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산사태 취약 지역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영주시청 관계자 : 취약한 지역이 몇 군데가 있을 거잖아요. 산에 있으면 어느 사면이라든지. 사고가 났던 곳은 아니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장성봉/경북 영주시 상망동 : 이 마을에 대피하라는 건 없었어요. 실제로 여기 상망동은 없잖아. 이산, 평은, 문수, 단산밖에 없잖아요.]
정작 산사태 취약 지역 주민들도 일부만 대피 문자를 받았습니다.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주민들에게만 문자를 보내는 겁니다.
[영주시청 관계자 : {동의하지 않은 거면 못 받았을 수도 있는 거네요.} 그럴 수도 있죠.]
결과적으로 문자를 받은 주민은 약 1000명에 그쳤습니다.
산사태 취약 지역 주민 가운데 6% 정도입니다.
폭우는 천재지변이지만 피해는 사람과 시스템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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