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웨이브, 왓챠… 벼랑 끝 몰린 토종 OTT

권명관 2023. 6. 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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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명관 기자] ‘티빙’, ‘웨이브’, ‘왓챠’. 국내 토종 OTT로 대표되는 3사의 전망이 어둡다. 2019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 티빙은 2020년 61억 원,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같은 기간 웨이브는 169억 원, 558억 원, 1,2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왓챠 역시 155억 원, 248억 원, 555억 원 적자로 침체다. 3사의 지난해 적자 규모만 2,869억 원에 이른다. 치킨게임에 가까운 마케팅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투자하며 적자 폭은 계속 늘었다.

반면, 3사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매출 7,732억 원, 영억이익 142억 원을 기록했다. 독점적이다. 가입자 수도 차이난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월간 사용자 수(MAU)는 넷플릭스가 1,153만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티빙 514만 명, 웨이브 391만 명, 왓챠 72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이용자 수가 늘어난 곳은 넷플릭스뿐이다.

출처: 셔터스톡

왓챠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9년 이후 이어진 자본잠식 상태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며 규모만 키웠다. 왓챠의 자본 총계는 2019년 -557억 원, 2020년 -696억 원, 2021년 -346억 원, 2022년 -600억 원으로 4년 연속 마이너스 상태다. 유일한 돌파구로 매각을 선택했지만,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던 LG유플러스가 이를 철회하며 난감한 상태다. 최근 자회사인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 블렌딩의 지분 51%(약 80억 원)를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인 오지큐에게 넘기는 매각으로 숨통을 트긴 했지만, 아직 돌파구는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 2022년 2월 미디어데이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는 왓챠 박태훈 대표, 출처: 왓챠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넷플릭스

사실 코로나19로 특수를 맞이했던 OTT 업계는 엔데믹 이후 빠져 나가는 가입자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난해 말부터 도입한 ‘광고형 요금제(중간에 광고를 보는 대신 저렴한 월 구독 서비스)’로 가입자 문턱을 낮추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같은 가구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계정 공유 금지’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늘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12개 국에 먼저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는 출시 6개월 만에 5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15~30초 가량의 광고를 봐야 하는 대신 기존에 가장 저렴했던 베이직 요금제 9,500원 보다 4,000원 저렴하다. 특히, 영상 중간에 광고를 노출하는 대가로 얻는 추가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광고형 요금제를 추가한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사용자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던 계정 공유 금지 조치도 신규 가입자 확보로 이어졌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금지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미국에서 일일 평균 7만3000명이 새롭게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계정당 제한 없이 4명이 접속할 수 있었던 기존 방식에 제한을 가해 시행 전 잡음에 시달렸지만, 계정 공유를 차단하자 무료로 이용했던 사용자가 유료로 전환한 것이다.

OTT 업체에게 가장 큰 경쟁력 확보인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투자를 이어나간다. 지난 6월 22일, 7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CEO는 “넷플릭스 이용자 중 60%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다”라며 “앞으로 4년 동안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투자한 규모의 2배”라고 말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기존 활동 영역에서 스포츠 중계 및 분석 등으로의 확장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22일 방한해 국내외 콘텐츠 제작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CEO(왼쪽에서 두 번째), 출처: 넷플릭스

존폐 위기에 처한 토종 OTT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OTT의 경쟁력은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데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를 끌어 모으고, 또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며 락인(Lock-in)라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게 확보한 사용자는 다른 콘텐츠 제작에 선순환해 떠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렇게 확보한 규모의 경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진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자금 투자, 많은 구독자를 통한 자금 회수의 상승 효과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 확대도 토종 OTT 입장에서는 반길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 확대는 곧 제작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토종 OTT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규모도 커진다.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다.

토종 OTT는 존폐의 위기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CJENM, SK스퀘어의 자회사로 버텨낼 여력이 있다지만, 투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왓챠는 매 순간이 다급하다.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이겨내야 한다. 방법은 투자 유치뿐이지만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블렌딩 매각으로 잠시 시간을 확보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로켓와우 멤버쉽과 연계해 구독자를 확보했다, 출처: 쿠팡플레이

정부도 나섰다. 국내 OTT, 콘텐츠 업계 활성화를 위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BK기업은행, 인터넷 TV업계 등과 함께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대출·보증, 해외 투자 유치 등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얘기지만,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토종 OTT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나 구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거대자본을 갖춘 넷플릭스와 ‘쩐의 전쟁’으로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남은 것은 구독자 확대다. 국내 시장만으로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방법이다. 또 다른 국내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가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과 연계해 구독자를 확보했듯 새로운 구독자를 찾아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제는 토종 OTT에게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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