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죽기 억울, 같이 죽자” 10분간 110여회 찌른 정유정

이혜진 기자 2023. 6. 30. 19: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소장에 드러난 잔혹 범행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유정의 신상공개 사진. /뉴스1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해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만나 “자살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피해자가 자리를 피하려 하자, 장난이라며 방심하게 한 뒤 피해자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피해자가 숨질 때까지 10분 이상 흉기로 찌르는 등 잔혹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30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정유정의 공소장에는 정유정이 피해자를 만나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6시 무렵 과외를 받으러 온 중학교 3학년 학생인 척 피해자 집에 들어간 후 피해자와 대화를 나눴다. 피해자가 나이를 묻자 정유정은 “사실은 25살”이라고 말하곤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피해자에게 털어놨다.

그러다 정유정은 불쑥 “자살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피해자에게 말했다. 이에 놀란 피해자가 도망가려 하자 “장난이에요”라고 하며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피해자가 방심한 사이 정유정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꺼냈고,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10분여간 피해자를 110차례 넘게 흉기로 찔렀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유정은 범행 후 피해자의 시신을 유기하려고 훼손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감식을 피하려고 손목 등 신체 곳곳을 훼손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 한 살 때 엄마가 떠났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조부의 손에서 컸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의 재혼으로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정유정은 2014년 아버지와 다투다가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자 가정폭력으로 신고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할아버지·새 할머니와 살다가 새 할머니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검찰은 정유정이 가족들과 잦은 불화를 겪으면서 대학 진학과 공무원 시험에도 실패하는 등 어려운 경제환경과 생활환경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 또 가족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살인으로 해소하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정유정은 2022년부터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사람 조지는 법’, ‘존속 살인’, ‘살인 방법’ 등을 검색했다. 범행 직전에는 아버지와 2시간 정도 통화하면서 살인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부산지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1일 정유정을 구속기소 했다. 오는 7월 14일 오전 10시 30분에 공판 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