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신고 후도 괴로워 퇴사”

곽선정 2023. 6. 30. 19: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광주] [앵커]

얼마 전 전남도 산하기관 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전해드렸는데요.

또 다른 도 산하기관에서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을 괴롭힌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해당 상사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피해 직원은 이미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신고 이후 고통도 컸기 때문입니다.

곽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7년부터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일했던 이 모 씨.

평범한 일터가 악몽처럼 바뀐 건 2년 전!

상사의 인격모독과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나는 직장 상사보다 빨리 와서 기다렸다" "왜 해보지도 않고 못 한다고만 하냐" "3주 동안 뭐했어"라며 수시로 다그치며 눈치를 줬습니다.

얼마 뒤 이 씨는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해당 상사는 이 씨가 옮긴 부서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씨를 '쓰레기'라고 칭한 뒤 "본분도 모르고 직장생활에 대해 모른다" "뭐 가르쳐 주지도 말고, 막 업무 던져 버려라"라고 말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상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진흥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 씨는 주장합니다.

결국 이씨는 상급 기관인 전남도 인권센터 문을 두드렸고 지난해 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습니다.

도 인권센터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가 있었고, 업무 가중 괴롭힘과 사주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미 직장을 그만둔 상황이었습니다.

최초 신고 이후 상사의 화해 시도도 괴롭게만 느껴졌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극심한 스트레를 겪다가 지난 4월 사직서를 냈습니다.

전남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례는 신고자 보호 규정을 명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이○○/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 "사무실 간다는 자체가 너무 끔찍했어요. 출퇴근 할 때마다 매일 생각했어요. 사고 나서 내가 사무실 못 가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가해자인 직장 상사는 별다른 의도 없는 언행이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흥원은 도 인권센터 권고에 따라 해당 상사를 징계 조치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영규/(재)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경영지원실장 :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전문가 교육을 전체 진행했고요. 직장내 괴롭힘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전 직원 모이는 월례회의를 통해 기관장의 강력한 메시지 전달, 그리고 서명을 진행했습니다."]

직장 갑질 119가 직장인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괴롭힘 피해자의 32%가 퇴사를 선택하는 등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곽선정 기자 (coolsun@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