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억울해”…같이 죽을 사람 찾아왔다는 정유정
30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범행 당시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자를 110차례 넘게 찔렀다.
게다가 피해자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손목 등 신체 곳곳을 훼손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했다.
피해자를 만나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정유정은 A씨의 집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A씨가 나이를 묻자 “사실은 25살이다”고 밝히며 자신의 불우한 처지에 대해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살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말에 놀란 피해자가 도망가려 하자 “장난이에요”라고 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정유정은 A씨가 피를 흘리며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흉기로 공격을 이어갔다.
범행 직전에는 아버지와 2시간 정도 통화하면서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유정은 2022년부터 ‘가족에게 복수하는 방법’, ‘사람 조지는 법’, ‘존속 살인’, ‘살인 방법’ 등을 검색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랐던 것으로 보인다.
한 살 때 엄마가 곁을 떠났고, 여섯살 때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아 조부의 손에서 컸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살기도 했으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못 받다가 아버지의 재혼으로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은 2014년 아버지와의 말다툼 과정에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자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할아버지·새 할머니와 살다가 새 할머니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정유정이 가족들과 잦은 불화를 겪으면서 대학에 진학해 독립하기를 희망했으나, 대학 진학과 공무원 시험에도 실패하는 등 어려운 경제환경과 생활환경에 대한 강한 불만이 원망과 분노로 변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유정의 원망과 분노를 살인으로 해소하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부산지검은 최근까지 정유정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1일 정유정을 구속기소 했다.
정유정 재판은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에 배당됐고, 오는 7월 14일 오전 10시 30분에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로,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정유정은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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