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욕먹는 책임’만, ‘실세는 차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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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강조하면서 총리에게 장관 인사 추천권을, 장관에게 차관 추천권을 주고 이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장관의 권한은 '실세 차관' 앞에서 더욱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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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장관제 아닌 실세차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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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이 종이 한장을 가져와 기자들에게 내밀며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직접 국무위원 추천서를 작성한 문건이라며 “역대 인수위원회에서 장관을 지명할 때 처음 있는 일이다. ‘책임총리제’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의지”라며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강조하면서 총리에게 장관 인사 추천권을, 장관에게 차관 추천권을 주고 이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이 직접 정책을 핸들링하면서 장관들은 ‘대통령 말씀’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기 바쁘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능 출제’ 건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을 출제해서 배제하라”고 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수능 5개월을 앞둔 시점에 갑작스러운 방침 변경에 여론이 들썩이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튿날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뜻”이라며 정정에 나섰다. 이 부총리도 지난 19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윤 대통령이) 입시에 대해서는 수사를 여러번 하면서 상당히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도 해서, 제가 많이 배우는 상황이었다”며 대통령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했다.
논란이 되면 항상 책임은 장관의 몫이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6일 ‘주 최대 69시간제’(주 6일 기준) 도입을 입법 예고했지만 젊은 층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윤 대통령이 8일 만에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엠제트(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고 지시했다. 들쭉날쭉 발표에 혼선이 생기자 “송구하다”고 사과한 것도 노동부 장관이었고, 이주호 부총리도 수능 논란에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순애 전 교육부총리는 지난해 7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사퇴했다. 문제가 된 정책들은 모두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쳐 발표됐지만, 장관들은 ‘욕먹는 책임’만 져야 했다.
윤석열 정부 장관의 권한은 ‘실세 차관’ 앞에서 더욱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11개 부처 12명의 차관을 교체했는데, 무려 5명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들 5명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면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직 사회 이권 카르텔을 감시하고 분쇄하는 ‘정의의 파수꾼’으로 파견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처로 ‘내려가는’ 차관들에게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인사청문회 때문에 장관 대체재를 못 찾으니까 실세 차관들을 보내는 것”이라며 “장관들의 처지가 더 궁색해지게 됐다. 그러니까 장관들이 대통령 바라기가 돼서 비위만 맞추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과거 ‘청와대 정부’로 요약되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윤 대통령은 전혀 시정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서영지 정치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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