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반도체 규제 ‘구체화’ 예고…삼성·SK는 ‘눈치싸움’

이다원 2023. 6. 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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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비·설계 수출규제 최종안 내달 발표
네덜란드 ASML, 수출 규제 강화하며 압박
‘보복 조치’ 마이크론 “中 매출 50% 영향권”
AI 기대했는데…K-반도체 불확실성↑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미국이 더 강력한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네덜란드까지 동참하며 대중 제재 수위는 높아지는 추세다. 중간에 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네덜란드, 전방위 봉쇄…보복 대응 감행하는 中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내달 안에 인공지능(AI)향 반도체 관련 장비·설계 수출 통제까지 포함한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최종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첨단 메모리·시스템뿐만 아니라 AI 관련 반도체 제조까지 봉쇄하겠단 의도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조치를 구체화해 확정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 36곳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중국의 자체 첨단 반도체 개발을 사실상 막은 셈이다.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 기업을 보유한 네덜란드 역시 수출 규제 수위를 높였다. 이날 네덜란드 ASML은 신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까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고 공지했다. 올해 9월부터 이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앞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막은 데 이어 규제 범위를 넓혔다.

중국의 보복 대응도 만만찮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이를 직접 겪고 있다. 지난달 중국 사이버규제당국(CAC)은 마이크론의 자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 정부에 대한 ‘보복 대응’이었다. 큰 시장을 잃은 마이크론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금지 조치가 4분기부터 점차 (실적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내 매출의 50%가량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간에 낀 K-반도체, 눈치 보기 바쁘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처지는 더욱 난처해졌다. 양사 모두 미국과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꼽기 때문이다. 주요 고객사와 장비·설계 파트너가 대거 포진한 미국과 주요 생산 거점과 대형 시장을 갖춘 중국 중 한 곳을 택하기는 불가능하다.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미·중 양국이 직접 당사자가 아닌 한국 기업을 거세게 압박하는 것도 문제다. 한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심해질수록 반도체, 특히 수요가 필요한 메모리 기업의 불확실성은 커진다”며 “국내 기업을 놓고 미·중의 신경전이 강해지는 모양새”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마이크론의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범위에 든 우리 기업들로서는 양쪽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AI ‘반등’ 기회였지만…불투명해지는 전망

AI 반도체를 발판 삼아 업황 회복을 노리던 국내 기업들의 전망도 점차 불확실해지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 제한이 발생한다면 이 또한 수요에 대한 부정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HBM3와 삼성전자 HBM-PIM 제품사진. (사진=각 사)
AI용 반도체는 사실상 그래픽처리장치(GPU)다. 미국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여기에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탑재된다. HBM 시장은 국내 기업이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 급감·재고 누적으로 쪼그라든 메모리 시장을 반전할 기회였던 셈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 규제가 구체화하면 중국도 참여하던 AI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저성능 AI 반도체마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면 중국 시장이 쪼그라들고, 국내 기업에 발주하던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함께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황 연구원은 “당장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반도체 업계 실적에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향후 어떻게 중국이 AI 반도체 조달을 할지, 규제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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