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미 대법원, 소수인종 우대 입학 위헌 결정…바이든 "강력 반대"

2023. 6. 30. 18: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 "불평등 인정 않으면 사회 평등해지나" 반발…하버드대 아시아계 학생들 "빈 자리 백인으로 채워질 것"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보수 우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역사적으로 불리한 배경을 가진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교육 및 고용 기회를 보장하고자 고안돼 미 대학이 다양성 증진을 위해 널리 사용해 온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29일(현지시각) 미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법에 따라 시민을 평등하게 보호할 것을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6명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폐지돼야 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고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폐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이날 결정은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우대 정책으로 아시아계 지원자가 불리함을 겪고 있다며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심리 끝에 이뤄졌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 대학들은 향후 입학 전형에서 인종을 명시적 평가 요소로 삼을 수 없게 됐다.

해당 정책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입시에서 학생들은 "인종 기반이 아닌 개인의 경험 기반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많은 대학은 이와 정반대의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극복한 도전, 연마한 기술, 깨달은 교훈이 아닌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우리 헌법의 역사는 그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자신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의 수혜를 받아 예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고 밝힌 바 있는 흑인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 또한 해당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국가의 인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소수인종 우대 조치에 기반한 정책에서 나올 수 없다"며 "대신 우리 모두는 평등하며 법 앞에서 인종과 관계 없이 평등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는 해결책이 헌법에 반영돼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당 정책이 수혜를 받은 학생들에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진 중대한 진전과 선례를 후퇴시킨다"며 "대법원이 민주적 정부와 다원주의 사회의 근간인 교육에서 인종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 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 보호를 전복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종을 무시한다고 인종적으로 불평등한 사회가 평등해지지 않는다"며 "평등을 달성하려면 불평등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히스패닉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자신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의 수혜를 받았고 이 정책이 자신의 미래를 열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사관학교 입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이를 두고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고등교육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흑인과 다른 소수자들이 이 사회가 아닌 벙커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만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성"으로 대학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다. 미국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수인종 우대 조치가 자격이 없는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대학들이 성적 등 자격 조건을 먼저 검증한 뒤 인종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득 상위 1% 가정 출신 학생들이 하위 20% 출신 학생들보다 명문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77배나 높다"며 입학 과정에서 실제로 수혜를 보는 것은 부유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여 입학 등 기회를 빼앗고 특권을 강화하는 입학 관행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는 성명을 내 "다양성과 차이는 학문적 탁월함에 필수적"이고 "하버드는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꿈꿀 수 없었던 꿈을 꿀 기회를 얻는 장소여야 한다"며 "법원의 새로운 판례를 준수하며 하버드의 본질적 가치를 보존할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주요 대학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AP> 통신은 캘리포니아주와 미시건주 등 이미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폐기한 9개 주 주요 대학에서 소수 인종 학생 등록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애머스트대 입학 담당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미국 원주민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해당 정책이 역사적, 사회적으로 백인이 유리한 상황에서 소수인종에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조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 폐기는 결국 백인 학생들이 이득을 보는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버드대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은 성명을 내 이번 결정이 "유색인종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제한할 것"이라며 "소수인종 우대 정책 종료로 인해 하버드대에서 흑인, 라틴계, 미국 원주민, 태평양계 출신 학생 거의 절반이 줄겠지만 그 자리 대부분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아닌 백인 학생들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 우위 미 대법원은 지난해엔 임신중지권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철회하며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 바 있다. 

▲ 미국 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소재 연방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